가구당 명목 소득 3.5% 증가에도
물가 반영한 실질 소득은 1.2% 하락
실질 임금 1.8% 감소…2년 연속 마이너스
명목 소득과 거시 지표는 개선됐지만,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 소득과 임금은 하락하며 가계의 구매력이 위축되는 ‘명목 성장의 착시’ 구조를 시각화한 인포그래픽. ⓒ챗지피티
국가 경제의 외형은 커지고 기업들은 기술 혁신으로 '방탄 체력'을 자랑하며 순항 중이다. 그런데 정작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영하권이다.
인플레이셔너리 붐이 가져온 ‘명목 성장’의 화려한 숫자가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 약화를 교묘하게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임금 상승과 필수재 가격 폭등 속에 깊어가는 경제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표만 풍요로운 '명목의 함정’…실질 소득은 역주행
최근 한국 경제는 거시 지표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긍정적으로 유지하고 수출 지표가 개선되는 등 대외적인 성적표는 양호하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최신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명목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소득은 오히려 1.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가 상승 폭이 소득 증가 폭을 상회하면서 가계의 실제 소비 여력이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벌어들이는 돈의 절대 액수는 늘었음에도, 시장에 나가 실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은 줄어든 '성장의 착시' 현상이다.
고용노동부의 임금 통계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상용근로자 1인당 명목 임금이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실질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하며 2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가계 소득의 실질 가치를 하락시키며 중산층 이하 가구의 부를 잠식하는 구조적 저성장 국면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식료품과 외식 등 필수재 가격 상승이 가계 부담을 키우며 ‘런치플레이션’으로 체감되는 물가 압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챗지피티
자산가·기업에 쏠린 붐…서민은 '런치플레이션' 고통
인플레이셔너리 붐의 과실이 분배되는 과정에서의 비대칭성도 뚜렷하다. 기술 혁신을 주도한 정보통신(IT) 기업과 자산가들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주식 및 부동산 등 자산 가치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노동 소득에 의존하는 일반 가계, 특히 소득 하위 20%(1분위) 계층의 가처분 소득은 필수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식료품 및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가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소득에서 식비와 주거비 등 필수 지출 비중이 높은 서민 가계일수록 체감하는 물가 고통은 지표상 수치보다 훨씬 가혹하다.
기업들이 스마트 공정 등을 통해 비용을 방어하며 수익성을 지키는 '방탄 경제'를 구가하는 동안, 가계는 문화·여가 비용부터 줄여야 하는 양극화된 소비 행태가 산업 전반의 내수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혁신으로 수익성과 비용을 방어하는 기업과 달리, 고물가 압박 속에서 실질 구매력이 약화된 가계의 대비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챗지피티
‘착시 경제’ 넘어서려면…실질 구매력 보전이 최우선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명목 성장 지표가 내수 시장의 활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질 구매력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질 임금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 가계 소비 위축이 기업 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실질 소득의 감소는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중시켜 금융 시스템의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속 가능한 인플레이셔너리 붐을 위해서는 거시 지표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민생 경제의 실질적인 질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현재의 호황은 자산가와 혁신 기업 중심으로 성과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명목 수치의 착시에 가려진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보전하기 위해 물가 연동형 지원책이나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수단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