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27시간 만 정합성 확보하고 회사 자산 투입 결정
업계 "사고는 실책, 즉각 대응은 오너십 위주 의사결정 덕"
"국경 없는 가상자산 시장, 규제 늘면 해외 거래소만 이득"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2위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BTC) 오지급 사고 이후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재점화됐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사고의 본질을 비껴간 과잉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인 없는 회사'가 될 경우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디지털자산기본법 여당안에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규제를 포함하기로 확정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빗썸 사태를 언급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지배구조의 분산을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가상자산 거래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단순한 운영 실수를 넘어서 거래소의 장부 거래와 내부 통제 시스템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며 "국내 빅3 업체조차 장부와 보유 디지털자산 간 검증 체계, 다중 확인 절차, 인적 오류 제어 장치 등의 취약성이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대주주 차원 결단 있었기에 27시간 만 처리 가능"
거래소 지배구조 분산 필요성을 강조하는 여당의 주장과는 달리 업계와 학계에서는 대주주의 지분 제한은 오히려 이번 빗썸 사태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강력한 리더십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빗썸은 이벤트 리워드 오지급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7시간 만인 지난 7일 오후 10시 42분께 자산 정합성 확보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매도된 1788 BTC 관련 처리를 회사 보유 자산을 투입하기로 했고, 피해 고객 보상안까지 확정한 상태다.
빗썸이 27시간 만에 사고 관련 조치 요건을 마무리한 배경으로는 오너십 위주의 의사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고는 명백한 빗썸의 실책이지만, 대응과 처리 과정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졌다"며 "회삿돈을 즉각 보상에 투입하기로 한 결정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대주주 차원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지분이 파편화된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였다면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투자자 피해가 장기화됐을 것"이라며 "사고를 바탕으로 지분 제한 등 지배구조를 흔드는 논의는 오히려 책임 경영의 당위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지배구조와 보안 사고 인과관계 없어"
9일 서울 강남구 빗썸 투자보호센터에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분 구조와 보안 사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비트는 전날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업비트는 오래 전부터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해 촘촘한 안전 장치와 대비책을 구축해 왔고, 이는 오입금 사고가 대주주 지분과는 인과관계가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한 거래소가 오입금 사고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책임있는 경영진의 빠른 판단과 이를 뒷받침하는 의사 결정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빠르게 디지털자산법을 마련해 관련 예방책과 대응 절차가 명문화된다면 모든 거래소는 기준에 따라 시스템을 정비하고 대응 역량을 상향 평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도 "빗썸 사태로 인한 거래소 내부 통제 및 관리 기능에 대한 보완 및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인됐지만 이것이 주주구성 등 거버넌스의 문제점으로 확산되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투자자 커뮤니티 “규제 생길 수록 다국적 거래소만 이득”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당국이 시스템적 대안보다 '지배구조 통제'라는 손쉬운 규제를 택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2018년과 2021년에 반복됐던 고강도 압박 규제가 결국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해외 거래소로의 자본 유출만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구독자 1만5000명 규모의 한 가상자산 투자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배구조를 분산하면 책임도 분산된다. 뭐가 좋아지나"라며 "많은 이용자가 있다고 해서 공공 인프라가 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게임이나 금융 서비스 등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유독 거래소에만 모질게 구는 것은 민간이 노력해서 만든 수익성 좋은 서비스를 (정부가) 강탈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해당 채널은 "가상자산 시장에는 국경이 없고, 국내에서 규제가 생길 수록 이득을 보는 것은 다국적 거래소들과 기성 금융업계"라며 "정치권이 산업을 통제할 수는 있어도 사람들을 통제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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