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조세 피난 막을 글로벌 공통 가이드 필요
공통의 과세 원칙 수립 위한 국제적 합의점 찾아야
다국적 기업의 세원 잠식 방지 위한 국제 협력 속도
주요 경제권을 연결된 네트워크로 표현. 자동화 이익에 대한 공통 과세 원칙과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시각화한 이미지. ⓒ챗지피티
로봇세 도입을 둘러싼 가장 큰 우려는 국가 경쟁력 저하다. 자국 내 기업에만 로봇세를 부과할 경우, 기업들이 세금 부담이 적은 국가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디지털 조세 피난’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일자리 보호라는 당초 목적과는 정반대로 산업 공동화를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따라서 로봇세 논의는 개별 국가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조세 질서 재편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혁신의 발목 잡는 ‘러다이트’인가…기업 비용 부담 논란
경제계는 로봇세가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 운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로봇 도입은 생산 단가를 낮춰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고, 새로운 서비스 산업을 창출하는 혁신의 동력인데 여기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기술 진보에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논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하게 연결된 상황에서 한국만 독자적으로 로봇세를 도입한다면 국내 제조업의 원가 경쟁력은 순식간에 붕괴될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 결국 전체 세수가 감소하는 '래퍼 곡선'의 역설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찬성 측은 로봇세가 오히려 지속 가능한 혁신을 가능케 한다고 반박한다. 급격한 자동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방치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이 로봇세보다 훨씬 크다는 이유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한 경제분석가는 “기술 발전의 과실이 소수의 자본가에게만 집중될 경우 대중의 저항으로 인해 혁신 자체가 가로막힐 수 있다”며 “로봇세는 기술 혁명이 연착륙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일종의 ‘사회적 보험료’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생산성과 혁신을 상징하는 AI 스마트 공장과, 기술 확산에 따른 사회적 반발을 암시하는 실루엣을 대비해 로봇세 논쟁의 본질을 시각화. 혁신과 규제 사이의 균형이 정책 설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챗지피티
국경 없는 로봇…‘조세 주권’ 지키기 위한 글로벌 공조
로봇세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법인세 최저한세율 도입과 같은 국제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특정 국가가
'로봇세 프리 존’을 선언하며 글로벌 대기업을 유혹할 경우, 다른 국가들의 로봇세 정책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인공지능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로봇은 물리적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기 때문에 과세권의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 어렵다.
IBFD 자료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소득이전 및 조세원천 잠식(BEPS)’ 대응책처럼 로봇세 역시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디지털 과세라는 큰 틀 안에서 로봇세 도입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등 기술 패권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단시일 내에 통일된 국제 기준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는 “로봇세 논의는 단순히 세목 하나를 신설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부의 불균형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차방정식”이라며 “주요 20개국(G20) 차원에서 자동화 이익에 대한 공통의 과세 원칙을 수립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를 모듈형 플랫폼으로 형상화하고, 생산 설비와 데이터 서버가 이동 가능한 구조로 배치해 자동화 시대의 자본 이동성을 표현. 중앙의 투명한 돔은 국제적 합의 틀 안에서 공통 과세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상징한다. ⓒ챗지피티
한국의 선택…’K-로봇세' 선제적 가이드라인 필요성
로봇 밀도 1위 국가인 한국은 이러한 국제적 논의에서 수동적인 태도를 버리고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 기준이 정립되기를 기다리기보다, 한국 실정에 맞는 단계적 로봇세 모델을 먼저 구축해 글로벌 표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로봇 도입이 고용과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데이터는 전 세계가 주목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 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독자적인 로봇세 도입은 위험하지만, 국제 사회가 공통의 과세 기준을 수립할 때 한국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준비는 지금부터 해야 한다”며 “기업에는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면서도, 로봇으로 발생한 초과 이윤의 일부를 사회적 기금으로 조성하는 민관 합동 모델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세제 분석 관계자는 “로봇세 논의는 단순히 부족한 세원을 발굴하는 차원을 넘어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이익의 사회적 분배를 재설계하는 과정”이라며 “향후 주요국과의 보조를 맞춘 국제 공조 체계 안에서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지 않는 정교한 세율 설계가 정책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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