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벌어다 준 수익…복지의 마중물 될까
기술 진보와 세금 감소 불평등 심화의 경고도
양극화 방지 분배 평형수 로봇세 도입 논의
기계가 벌어들인 수익이 공공의 재원으로 흘러들 때, 기본소득의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다. ⓒ챗지피티
로봇세 논의의 종착역은 결국 ‘분배’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며 창출한 부를 어떻게 사회 전체의 편익으로 치환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으로 ‘기본소득(Basic Income)’이 급부상하고 있다.
실직한 노동자에게 일시적인 실업급여를 주는 수준을 넘어, 자동화 시대에 모든 국민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재정적 근간으로 로봇세를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이는 기술 진보가 소외를 낳다는 부정적 견해와 달리, 인류에게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사하는 긍정적 측면에 무게를 둔 논리다.
디지털 배당금의 시대…로봇세는 기본소득의 ‘종잣돈’
빌 게이츠와 일론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로봇세를 지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동화로 인한 대량 실직은 필연적이며, 이를 방치할 경우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들이 제안하는 모델의 핵심은 로봇이 벌어들인 이익을 ‘디지털 배당’의 형태로 국민에게 직접 되돌려주는 것이다. 경제학계 일부에서는 이를 통해 위축된 소비 심리를 회복시키고,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핀란드와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은 로봇세 도입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마틴 스쿨 연구진은 “로봇세 기반의 기본소득은 단순히 빈곤층을 돕는 복지 제도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창의적인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하부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술이 인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 이전에 생존의 토대를 제공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이 창출한 수익이 공공 재정으로 유입되고, 가계 소비를 거쳐 다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기본소득 선순환 구조를 도식화한 인포그래픽. ⓒ챗지피티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재정 포퓰리즘의 경계선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쟁점은 재원의 지속 가능성이다. 로봇세만으로 막대한 기본소득 예산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보편적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 근로 의욕 고취라는 자본주의 핵심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 경제학계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기본소득을 위해 로봇세를 도입하는 것은 기술 혁신을 저해하고 국가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로봇세는 기본소득보다는 실직 노동자의 재교육과 전직 지원 등 맞춤형 복지에 집중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회보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기의 선별적 복지 체계를 유지하면서 로봇세를 부가적인 재원으로 쓸 것인지, 아니면 전면적인 기본소득제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재원 확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로봇세와 기본소득을 성급하게 결합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거센 디지털 전환의 파고 속에서 로봇과 인간이 한 배를 타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로, 재분배가 사회를 지탱하는 ‘평형수’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제미나이
상생의 마중물…‘인간다운 삶’ 위한 조세 정의의 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로봇세와 기본소득의 결합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보인다. 자동화의 파고가 거세질수록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는 근대적 노동 윤리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로봇세는 기계의 생산성과 인간의 존엄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평형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기술 혁신의 혜택이 특정 자본가에게 고착되지 않고, 사회 안전망의 그물망을 촘촘히 짜는 마중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로 옮겨가야 한다. 기업의 혁신 동력을 꺾지 않으면서도, 기술 발전의 소외 계층을 보듬을 수 있는 정교한 배분 설계가 필요하다.
로봇세를 단순히 세금을 더 걷는 도구롤 볼 것인지, 인공지능과 로봇이 지배할 미래 사회에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조세 정의의 완성판이 될 것인지 기로에 서있는 시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인공지능(AI)과 고용 변화에 따른 사회보장 대응 방안’ 보고서는 로봇세 논의를 세수 증대 차원에서 한 발 나아가 기술 진보의 혜택을 사회적으로 배분하는 본질적인 과정으로 정의했다.
보고서는 급격한 자동화에 따른 부의 편중을 방지하고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 구조 마련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로봇세 도입 논의는 단순히 세수를 늘리는 문제를 넘어 기술 진보의 혜택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라며 “급격한 자동화에 따른 부의 편중을 막고 기계와 인간이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합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