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딥시크에 이어 이번엔 ‘시댄스 쇼크’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02.22 08:00  수정 2026.02.22 08:00

간단한 명령어, 참고 이미지로 영화 한편 뚝딱…시댄스2.0 돌풍

영화·TV드라마 제작할 때 전문가들의 도움이 사실상 필요 없어

美 할리우드 “저작권법 무시한다”면서 강력한 법적대응 예고해

사진만으로 실제 목소리와 똑같은 음성만들어 범죄악용 우려도

지난달 기준 693억 달러(약 100조 3672억원) 규모로 평가도니 자산을 보유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가 집계한 중국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른 장이밍(42·오른쪽) 바이트댄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 AP/뉴시스

융단폭격으로 전쟁터처럼 폐허가 된 건물 옥상.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가 보자마자 대뜸 맨주먹으로 치고받으며 사생결단의 난투극을 벌인다. 쉴 새 없이 주먹을 뻗는 와중에도 브래드 피트는 “네가 엡스타인(미성년자 성착취범인 미국 억만장자 故 제프리 엡스타인)을 죽였어. 나쁜 놈! 엡스타인은 좋은 사람이었어”라고 내뱉는다. 이에 질세라 톰 크루즈도 “엡스타인은 러시아 작전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버렸어. 죽었어야 해. 이젠 너도 죽는 거야”라고 응수하며 맞받아친다.


미국 할리우드 대작의 숨가뿐 액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공지능(AI)이 만든 숏폼(짧은 동영상)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일랜드 출신 영화감독 루어리 로빈슨이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字節跳動)의 AI 동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SeeDance) 2.0을 이용해 단 2줄짜리 명령어로 15초짜리 영상들을 만들었다면서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려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영상이다. 등장 인물의 동작이나 표정, 대화가 실제 촬영한 것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정교해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적으로 20억명에 육박하는 이용자를 보유한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선보인 ‘시댄스 2.0’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댄스가 이달 초 출시된 지 불과 보름 만에 간단한 명령어만으로 영화 수준의 영상을 제작해내는 성능을 입증하면서 1년 전 저비용·고성능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딥시크(Deepseek·深度求索) 모먼트’의 영상판이 현실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빅테크(기술대기업) 바이트댄스가 출시한 ‘시댄스 2.0’이 미국에 상륙하면서 영화를 비롯한 영상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중국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 대만 연합보(聯合報) 등이 지난 12일 보도했다. 시댄스는 바이트댄스가 2025년 처음 출시한 AI 동영상 생성 모델이다. 지난 7일 ‘시댄스 1.0’(테스트 버전)이 나온 데 이어 12일에 ‘시댄스 2.0’(완전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초기에는 시댄스가 중국 숏폼 플랫폼인 콰이서우(快手)의 ‘커링’(可靈·Kling), 오픈AI의 ‘소라’(Sora) 등과 비교해 성능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더우인(抖音·틱톡의 중국판 서비스)을 비롯한 바이트댄스 산하 플랫폼에 축적된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하면서 성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통신은 스위스 컨설팅업체 CTOL 디지털 솔루션즈 분석을 인용해 “시댄스 2.0은 현재 공개된 AI 동영상 생성 모델 가운데 가장 진보한 수준”이라며 “실전 테스트에서 오픈AI의 소라2와 구글의 베오3.1을 능가했다”고 전했다.


영화감독 루어리 로빈슨이 ‘시댄스 2.0’을 이용해 만든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의 난투극 장면을 생성해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 ⓒ 엑스 캡처

시댄스 2.0의 가장 큰 특징은 단 한 줄의 텍스트 명령과 참고 이미지만으로 오디오가 포함된 멀티샷 영상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AI 동영상 생성 모델들이 5~10초 분량의 단편 클립 생성에 머물렀다면, 시댄스 2.0은 영화처럼 다양한 앵글과 장면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1분 짜리 영상을 만들어낸다.


전문가들은 시각적 품질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서 기존 숙련된 전문가들만이 가능했던 편집 영역까지 자동화시켰다고 추켜 세운다. 동영상 생성 역량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하며, 게임이나 광고, 숏폼 등 영상을 창작할 때 전문가들의 도움이 사실상 필요없어졌다는 얘기다.


중국 유명 테크 인플루언서 판텐훙(潘天鸿)이 지난 9일 올린 실제 리뷰 영상은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중국 음료브랜드 미쉐빙청(蜜雪氷城)의 눈사람 마스코트와 스타벅스 등 외국계 커피 브랜드 앞치마를 입은 로봇 이미지 2장을 업로드한 뒤 “2장의 이미지 속 캐릭터가 상하이(上海) 동방명주(東方明珠) 옆에서 격투하는 영상을 만들어 줘. 영화 ‘트랜스포머’ 느낌을 살려 전투 장면을 격렬하고 멋지게 연출해”라는 명령을 입력했다.


불과 몇 초 만에 생성된 1분짜리 영상은 격렬한 난투극은 물론 강렬한 레이저 특수 효과, 시시각각 변하는 배경화면과 긴장감 넘치는 BGM(배경음악). 효과음까지 갖춘 영화 같은 장면을 구현했다. 판톈훙은 “시댄스 2.0이 영화 속 카메라 움직임을 자동으로 시뮬레이션해 특수효과 제작시간을 대폭 단축시켰다”며 “전통적인 영화·TV 제작 방식이 AI 쓰나미에 직면하고 있다”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감독이나 영화 관계자들도 시댄스 2.0 사용 경험과 충격적인 반응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찰스 커런은 SNS를 통해 드라마 ‘헤일로’의 1분24초짜리 예고편을 만들었다며 “시댄스 2.0을 이용해 20분 만에 60달러(약 8만 7000원)를 들였다. 할리우드가 진짜 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영화감독 앤드루 J 올레츠코도 자신이 만든 30초짜리 영상을 공개하고 제시어 하나만 있으면 시댄스 2.0가 영상을 만들 수 있다며 “할리우드는 진짜 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감독인 브렛 스튜어트는 15초짜리 영상과 함께 “시댄스 2.0이 영화 제작을 급격하게 바꿀 것이다. 과장이 아니다”라며 “영화 연출을 시작할 때”라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 바이트댄스의 ‘시댄스 2.0’이 일본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저작권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했다. 오노다 기미 일본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일본 콘텐츠가) 활용되는 상황이라면 간과할 수 없다“며 바이트댄스 일본 법인 측에 대응 방침을 조속히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사진은 오노다 경제안보담당상. ⓒ EPA/연합뉴스

‘삼협호인’(三峽好人·Still Life)으로 베니스영화제의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중국 유명 영화감독인 자장커(賈樟柯)는 "시댄스 2.0은 정말 대단하다. 나는 이걸 이용해 단편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며 ”영화 한 편을 찍으려면 감독 한 명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데드풀’ 시리즈 각본가 렛 리스는 해당 영상을 본 뒤 “이런 말을 하긴 싫지만, 우리는 끝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가 폐건물 옥상에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을 사실적인 영화 스타일로 구현한 로빈슨 감독은 “‘할리우드는 망했다’는 그들의 말이 맞다면, ‘할리우드는 망했다’는 그들도 역시 (저작권 등 문제로) 망한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시댄스 2.0이 영화와 광고, 애니메이션 등 전문 영상제작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고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영화 콘텐츠 분야의 한 유명 크리에이터는 “7년간 공부한 영화 제작 기술의 90%가 무용지물이 된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패닉(공황) 상태’에 빠진 할리우드는 ‘시댄스 2.0’에 대해 “저작권법을 무시한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영화협회(MPA)는 14일 성명을 통해 “시댄스 2.0이 미국의 저작물을 대규모로 무단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트댄스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미국 일자리 수백만 개를 뒷받침하는 저작권법을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영화협회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미국 주요 영화사를 대표하는 단체다. 디즈니는 바이트댄스에 저작권 침해 중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디즈니는 서한을 통해 “바이트댄스가 디즈니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마치 무료 클립아트처럼 도용했다“고 힐난했다. 미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도 ”시댄스 2.0은 법과 윤리, 업계 표준, 동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다“고 맹비난했다.


일본 정부도 나섰다. 바이트댄스의 ‘시댄스 2.0’이 일본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저작권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이달 초 중국에서 공개된 시댄스 2.0 생성 영상 중 ‘울트라맨’ ‘명탐정 코난’ 등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일부 영상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자료: 영국 토터스미디어

이에 내각부는 13일 바이트댄스 일본 법인 측에 대응 방침을 조속히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오노다 기미 경제안보담당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일본 콘텐츠가) 활용되는 상황이라면 간과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더욱이 시댄스 2.0이 사생활 침해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판톈훙은 “자기 목소리 샘플 없이 얼굴 사진만으로 시댄스가 실제 목소리와 거의 똑같은 음성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기술이 유명인의 신원을 위조하는 '딥페이크'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용어 설명


딥시크 모먼트는 중국 AI 모델 딥시크가 글로벌 시장을 놀라게 했던 지난해를,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엄청난 기술적 쇼크를 안긴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에 빗댄 ‘스푸트니크 모먼트’에 비유해 표현한 용어다. 중국 내에서는 시댄스 2.0이 이에 버금가는 기술적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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