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부터 10% 추가 관세… 자동차·반도체 관세는 무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이날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은 미국이 자동차 등 품목 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를 깎아 주는 대가로 3500억 달러(약 507조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를 하기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약속했지만, 미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위법 판결을 내려 상호관세가 무효화함으로써 향후 미 정부와의 대미투자 재협상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실제 상호관세를 무효화한 미 대법원의 결정이 한국에 주는 긍정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통상 수단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약속한 대미투자 합의를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한국이 적용받고 있는 상호관세율은 15%다. 지난해 7월 미국과 대미투자 규모에 합의하고 같은 해 4월 정해졌던 25%를 현재 세율로 떨어뜨렸다. 그마저 이번 미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0%가 된 셈이다. 국내 수출업체들이 그간 납부한 상호관세 명목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길까지 열렸다.
그러나 10%는 금세 복원될 게 분명하다. 상호관세는 기본관세 10%와 국가별 추가 관세로 구성된다.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관세를 다음 주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기본관세 대체 관세를 곧바로 공식화한 것이다. 미국 무역법 122조에는 자국 무역 적자가 심각할 경우 대통령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날 대법원이 법을 어겼다고 판단한 사안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법적 근거인 상호관세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관세다. 그중 마약류인 펜타닐의 대미 반입 방치를 이유로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부과된 펜타닐 관세는 한국과 상관이 없다.
이와함께 무역확장법 232조(미 대통령이 국가안보 위협 수입제한 가능)를 근거로 삼은 품목 관세도 이번 판결과 무관하다. 한국의 경우 주력 대미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에 해당 관세가 적용된다. 지난해 관세·투자 협상 때 한국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데에는 상호관세보다 자동차·반도체 관세의 압박이 더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미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 중인 일본과 유럽연합(EU)에 한국과 똑같은 15% 관세율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대미투자 재협상 시도로 고율관세를 감수하는 위험을 불사하기는 어렵다. 무역합의가 안보 합의와 연동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22조에 따른 10% 글로벌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면서 “232조 국가안보 관세와 기존 301조 관세는 전면 유지된다”며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건의 301조 및 기타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 연합뉴스
무역법 301조는 미국에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을 취하는 국가에 대해 일정 절차를 거쳐 광범위한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카드를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섣불리 기존 합의에 불만을 제기했다가 301조에 따른 불공정 무역대상국으로 지정돼 더 불리한 무역 협상 결과를 초래하거나 안보 관련 합의안까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지난달 “(통상 합의를 흔들려다) 원자력(핵)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한·미합의의 다른 가치 있는 측면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대법원 판결 직후 “미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 및 미 행정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익에 가장 부합한 방향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며 “미 정부의 후속 조치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문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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