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위헌 우려에도 '법사위 원안' 채택
정의당도 "법관 독립 판결 저해" 지적
국민의힘 "與, 범죄자 위한 악법 자행"
조희대 "개헌사항 해당…국민에 피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원내 162석의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헌법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이른바 3대 사법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강행 수순에 돌입했다.
앞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처럼 위헌 소지가 있다는 각계의 비판과 우려에도 개혁 완수를 명분으로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낸 원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위헌 지적과 80년 사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우려에도 숙의보다 속도를 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 등의 사법개혁 3법을 우리 시간표대로 이번 임시국회 기간 안에 차질 없이, 타협 없이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가운데 '법왜곡죄'는 헌법이 정한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당 일각에서도 의원총회에서 이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도부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당 소속 법사위원들의 의결대로 원안 처리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민주당의 소위 3대 사법개혁 가운데 논란이 되는 부분은 '법왜곡죄'와 이른바 4심제로 일컫는 '재판소원제'다. 우선 법왜곡죄의 경우 현행 형법 조항 가운데 1항과 3항에서 처벌 대상이 구체적이지 않아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법관·검사·수사 관계자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형법 제123조의 2, 1항) △증거인멸·위조 또는 이같은 증거를 재판·수사에 사용하는 경우(2항)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거 없이 범죄 사실을 인정하거나, 논리·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3항)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이같은 내용에 사실상 범여권으로 꼽히는 정의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당 법률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법왜곡죄의 경우 지난 20대 국회에서 심상정 의원이 가장 먼저 발의한 법안"이라고 운을 뗐다.
법률위원회는 "그러나 민주당의 법왜곡죄의 경우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하여 사실을 인정한 경우'를 넣음으로써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는 과도하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 적극적인 사실인정과 판단을 하려는 하급심 판결에 대해서도 적용될 여지가 있어 법관의 독립적 판결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4심제 논란이 이는 재판소원제는 헌법재판소가 법원 판결에 기본권 침해 등 헌법상 하자가 없었는지 심판하는 게 골자다. 헌재는 재판소원은 개별 사건의 유·무죄를 다시 따지는 게 아니라 기본권 침해만 담당하는 헌법심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불복해 헌재로 이관된 사건에 소송시간과 비용이 천정부지로 늘어나는 '소송지옥'이 현실화 할 것이란 관측이다. 재판소원을 통해 헌법해석 권력을 헌재에 집중시키면 헌재에 사법권을 포함한 모든 국가 권력의 통제 권한이 집중될 거란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의 모델로 거론되는 독일의 법 제도를 근거로 삼고 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사법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도 법왜곡죄가 운영되고 있다"며 "독일의 경우 추상성이 강하지만 우리는 그런 제도보다 훨씬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위헌 논란에 충분히 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독일은 우리나라의 헌법과 비슷한 기본법에서, 사법권을 연방헌재와 연방법원이 행사한다고 정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 헌법은 대법원을 최고 법원(101조 2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대법원을 넘어 재판을 하는 재판소원법은 실질적 '4심제'라는 점에 따라 위헌이라는 비판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특히 야당에서는 재판소원제가 지난해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본격화 됐다는 점에서 '이재명 구하기법'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 대통령이 받는 재판은 모두 잠정 중단됐지만, 추후 법원이 재판을 재개해 유죄가 나올 경우 4심제를 통해 유죄 판결을 뒤집고자 법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는 의구심이다.
아울러 대법관을 1년에 4명씩 총 12명 증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법안대로라면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중에 26명의 대법관 중 22명을 임명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이 대법관 상당수를 임명함에 따라 이들의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을 우려한다.
거대 여당의 3대 사법개혁안 처리 방침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헌법 개정사항에 해당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으로 국민에 직접 그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며 위헌 논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그동안 조 대법원장을 향해 '내란'에 가담했다고 주장해 온 민주당은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조 대법원장은 "일부에서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고 있지만 우리 헌법은 독일과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며 "공론화를 통해 전문가 의견과 국민 의견을 폭넓게 듣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을 국민들과 국회에 거듭 말씀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범죄자를 위한 악법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대법관 증원은 입맛에 맞는 대법관으로 대법원을 장악해 그들에게 유리하면 풀어주고 야당은 잡아 넣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기서도 안되면 4심제를 해서 대법원 판결도 헌법소원을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완전히 사법부를 파괴하겠다는 선언이자 '이재명 일병 구하기'를 위한 사법 왜곡"이라고 반발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