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끌어올린 성장률 2.0%…전망치 올랐지만, 양극화도 '쑥'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2.26 15:59  수정 2026.02.26 16:09

반도체가 견인하는 수출에 성장 '훈풍'

주식 고소득층 위주에 자산효과 떨어져

부문별 온도차…건설투자 하방요인

박경훈(왼쪽부터) 한국은행 모형전망팀장, 윤용준 물가동향팀장, 이지호 조사국장, 김웅 부총재보, 박창현 조사총괄팀장, 박병걸 국제무역팀장, 박세준 국제종합팀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 참석했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기존보다 높게 잡았다.


반도체 수출의 강력한 회복세와 양호한 세계 경제 흐름이 성장을 견인하며 2%대 성장을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미 관세 리스크와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부문별 체감 온도차는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26일 한은이 발표한 '2월 경제전망'에 따르면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p) 높은 수치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1.0% 성장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반등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이번 상향 조정은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진행된 기자단담회에서 "올해 2.0%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며 "GDP 갭은 2026년에도 작은 음수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갭이 클로즈되는 시점은 2027년 중후반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년에도 1.8%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 상향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추론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수출 물량과 가격이 동시에 상승했다.


실제 한은은 반도체 경기 호조가 올해 성장률을 0.2%p 높이는 직접적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시점이 당초 올해 3분기에서 내년 1분기로 미뤄진 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다만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는 과거에 비해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효과가 시차를 두고 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주가가 반도체 위주로 올라 소비와 연결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양극화 심화로 주식을 고소득층 위주로 보유한다"며 "자산 효과 숫자가 작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성장률 전망치 상향 이면에는 부문별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투자는 올해 성장률을 0.2%p 깎아먹는 하방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고금리 여파와 지방 미분양 문제 지속, 수주에서 착공까지의 시차 누적 등의 영향이다.


향후 전망 경로에 있어서 미국의 관세 정책 향방 역시 큰 불확실성으로 지목됐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대외리스크 중 미국 관세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지난해 같은 불확실성의 '시즌2'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 대법원의 관세 환급 이슈 역시 환급 방식과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경제 지표의 반등이 모든 경제 주체에게 고르게 전달되지 않는 양극화 문제도 심각하다.


이 총재는 "IT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비 IT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가 굉장히 올랐는데 주식은 상위 소득자들이나 기관들이 소유하고 있어 소득별로 혜택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수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변동성과 리스크가 크다"며 "반도체 경기 변동과 주요국 정책 등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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