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연 2.50 만장일치 동결…지난해 7월 이후 6회 연속
올해 성장률 전망 1.8%→2.0% 상향…금리 인하 명분 더 줄어들어
'6개월 후 조건부 전망' 점도표 21개 중 16개 동결…인하 4·인상 1
"금리 인하할 명분 크지 않아…현재 흐름 지속시 인상될 가능성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치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한국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며 6회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반도체 회복과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 여건은 개선됐지만, 환율·집값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6회 연속 동결이 이어지면서 인하 사이클 종료 관측이 힘을 얻는 가운데,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26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금통위원 7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인하한 이후, 7·8·10·11월과 2026년 1월에 이어 이번 2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 근처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성장은 예상보다 양호한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 여건이 개선된 점이 금리 동결 장기화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반도체 등 수출 호조와 민생 소비쿠폰 효과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1.3% 성장했다.
4분기에는 기저효과와 건설경기 부진으로 -0.3%를 기록했지만, 수출 증가세와 소비 회복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양호한 소비심리 등으로 내수가 회복되고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수출도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상당 폭 높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한은은 이날 발표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0%로 0.2%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금융안정 측면의 부담도 여전하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을 위협하다 최근 1400원대 중반에서 등락하고 있지만, 대외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역시 부담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평균 0.15% 오르며 5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상승 폭은 0.07%p 축소됐다.
금통위는 "원·달러 환율은 거주자 해외증권투자, 외국인 주식매도 등에 따른 수급부담과 엔화 등 주변국 통화 움직임에 영향받으며 등락하다가 최근 상당폭 하락했다"며 "수도권 주택가격은 정부 대책 등의 영향으로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최초로 금리 전망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 '한국형 점도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된 '6개월 후 조건부 기준금리 전망' 점도표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향후 6개월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8월 기준금리 전망의 중간값은 연 2.50%로 나타났다.
이 총재와 금통위원들이 각각 3개씩 제시한 총 21개 전망치 가운데 2.50%가 16개로 가장 많았고, 2.25%는 4개, 2.75%는 1개로 집계됐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금융안정 측면에서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리스크, 환율 변동성 영향 등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해 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과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의 6연속 동결 결정으로 시장에서는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됐고 물가도 뚜렷하게 둔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환율도 1400원대에서 유지되고 있고, 부동산 안정화 정책도 강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 기준금리를 인하할 명분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내부적으로 본격 반영된 단계는 아니지만, 하반기까지 현재 흐름이 지속된다면 정책 기조가 인상 쪽으로 빠르게 기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기준금리 사이클이 인상으로 전환될 경우 그 흐름은 1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소비 회복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한은 내부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거론되는 배경도 소비 부진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가 뚜렷하게 살아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 결정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반대로 하반기 소비가 회복된다면 인상 결정이 어렵지는 않겠지만, 회복세가 미약하면 쉽게 결정하긴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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