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리버버스·브리즈번 페리 등 해외 수상교통, 초기엔 모두 시행착오
대중교통수단, 사업 지속성에 대한 확신 있어야 성장 동기 만들어져
단순히 '속도'로만 가치 평가해선 안돼…경험치 쌓아가며 가능성 확인해야
한강버스ⓒ서울시 제공
서울 한강을 이용하는 수상교통수단 '한강버스'가 지난해 9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이후 '속도'와 '신뢰성'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육상교통수단에 비하면 낮은 속도와 더불어, 운항 초기 발생한 선박 고장 문제로 인한 것이다.
하지만 한강 수면보다 훨씬 열악한 여건의 영국 런던의 템즈강을 운항하는 '리버버스'는 운항 초기의 난관을 극복하고 당당히 런던 대중교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 호주 브리즈번 강을 운항하는 '페리'는 호주 지역을 수시로 강타하는 태풍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버스나 트램(노면전차) 등의 다른 대중교통보다 시민 만족도가 더욱 높게 나오고 있다.
해외 대도시 수상교통 전문가들은 "수상교통수단뿐만 아니라 모든 대중교통체계는 초기에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축적되는 경험과 데이터를 활용해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여갔기에 궁극적으로 대중교통 네트워크를 수상으로 확대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런던 템즈강을 운항하는 '리버버스'ⓒ서울시 제공
◇단 1척으로 시작한 템즈강 리버버스…사업 지속성 확신 심어주자 꾸준히 발전
지난 2월24일 열린 '한강버스 글로벌 인사이트 포럼'에서데이비드 파나이오투 런던교통공사(TfL) 산하 런던리버서비스(LRS) 총괄은 "런던 리버버스는 1999년 그린랜드 피어와 사보이 피어를 오가는 단일 노선과 단 1척의 선박으로 운항을 시작했다"며 "초기 수요도 제한적이었고 상업적 타당성도 부족해 보조금 없이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파나이오투 총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노선을 신설했으며 2003년 각 노선에 대해 10년간의 장기 면허를 부여함으로써 운영자들에게 사업 지속성에 대한 확신을 줬다"며 "그 결과 꾸준한 발전과 개선이 이뤄져 2015년에 이르러서는 보조금 지원이 필요없는 흑자 사업으로 전환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대중교통사업은 근시안적 시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것을 런던 리버버스가 증명한 것이다.
현재 런던 리버버스는 연간 약 560만명이 이용하는 도시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으며, 지하철·버스 등의 다른 대중교통수단과의 환승 연계 역시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 더구나 대형 선박을 도입해 화물 운송 기능까지 수행하는 동시에 관광상품으로도 자리 잡으며 그 영역을 점차 확대해나가고 있다.
서울과 런던이 비슷한 면적, 비슷한 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대중교통의 운송분담률 역시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강버스 역시 템즈강 리버버스에서 그 미래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운항하는 수상교통수단 '시티캣'ⓒ서울시 제공
◇사고와 재난으로 어려움 겪은 브리즈번…교훈을 동력삼아 신뢰성 강화
호주 브리즈번 강을 운항하는 페리 '시티캣'은 1996년부터 운항을 시작한 수상 대중교통 수단이다.
하지만 시티캣 역시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시티캣은 운항 첫 해 선박 간 충돌 사고가 났다. 또 브리즈번 강 유역에 수시로 발생하는 태풍과 홍수의 영향으로 지난 2011년에는 상당수의 선착장과 선박이 파손되는 재난을 겪었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의 마크 힉먼 교통공학 석좌교수는 이런 사고와 재난과 관련해 "어떻게 대처해 문제를 개선했는지 모든 정보를 온라인 게시판에 공개해 시민들에게 믿음을 얻었다"며 "초기 사고는 제도적·기술적 학습 과정의 일부이고, 중요한 것은 사고 이후 어떻게 시스템을 개선하느냐"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시티캣은 단순히 정보공개에 그치지 않고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동력삼아 더욱 견고한 선착장과 터미널을 건설했다. 그 결과 지난해 호주 동부지역을 강타한 대형 태풍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단 1주일간의 운항 중단을 제외하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현재 시티캣은 강을 따라 운행하는 선형 노선, 종점과 종점을 빠르게 연결하는 급행 노선, 강을 가로지르는 노선 등 이용자들의 수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노선이 운영되고 있으며 버스·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수단과의 연계도 활발하다. 총 22개의 터미널에서 이용객이 탑승할 수 있으며 시내 주요 지역과의 접근성도 뛰어나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약 765만 명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교통체증이 없다는 수상교통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는 '정시성'을 높게 평가받아 버스나 지하철을 제치고 가장 높은 이용객 만족도를 기록하고 있다.
힉먼 교수는 "사람들이 페리를 선택하는 이유는 속도 때문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 때문"이라며 "수상교통의 경쟁력은 얼마나 빠르냐가 아니라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운항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한강버스 여의도 선착장ⓒ서울시 제공
◇단기간에 쉽게 자리잡는 인프라는 없어…한강버스에도 '경험치' 쌓을 시간 필요
이들 해외 수상교통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수상교통뿐만 아니라 어떤 대중교통체계든지 완전히 자리잡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런던 리버버스의 파나이오투 총괄은 "새로운 교통체계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기존 교통체계와 융합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런던 리버버스가 안정화된 이후로는 도시 계획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힉먼 교수 역시 "한강버스의 운영 설계를 살펴봤을 때 매우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시간을 들여 경험을 쌓아야만 사고나 재난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분명한 건 한강버스는 애초에 '속도'를 목적으로 도입된 교통체계가 아니다. 서울시민의 교통수단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기존 교통체계의 확장성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런던 리버버스처럼 화물운송과 관광상품으로서의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고, 브리즈번 시티캣처럼 '느리지만 여유롭고 쾌적하며 신뢰할 수 있는' 개념의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능성이 실현되는데 필요한 것은 바로 시간과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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