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자신 소유의 도럴 골프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뉴시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에 돌입한지 열흘이 지났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구상하는 전쟁의 목표는 여전히 ‘물음표’다. 전쟁이 "거의 끝났다"고 했다가 이내 "더 나아갈 것"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트럼프 행정부 내의 전쟁에 대한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전쟁의 실제 목표와 전략을 둘러싼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메시지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타격한 지 열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의 ‘최종 목표’가 계속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개전 다음날인 지난 1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필요하다면 이란에 대한 공격을 4~5주 지속할 계획”이라며 군사작전을 장기화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바로 다음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며 돌연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그는 말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에도 이란 정권과의 협상은 없다며 “무조건 항복 외에는 용납 못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틀 뒤 이란이 강경파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둘째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선출을 공식 발표한 후 확전 우려로 유가가 급등하자 미 정부는 패닉(공황) 상태에 빠진 사람들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낮 C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란 작전이 “곧 끝날 것”이라며 이란 군사작전은 “짧은 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거래가 마감된 후 밤이 되자 돌변해 “계속 강력하게 공격하겠다”며 몇 시간 전 발언을 번복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종전’ 메시지를 보내고 있던 시간에 미 전쟁부(옛 국방부) 소셜미디어(SNS)는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피터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의 인터뷰 발언을 올렸다. 취재진의 “곧 끝난다”는 것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쟁부 메시지 중 도대체 무엇이 맞는 것이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둘 다 맞다”며 “새로운 국가 건설이 이제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바로 다음날 헤그세스 장관에 의해 또다시 번복됐다. 그는 10일 브리핑에서 “지금은 2003년”이라며 “우리는 조지 W 부시나 버락 오바마(전 대통령)처럼 국가 건설을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정권 교체' 여부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 작전의 목표가 정권 교체는 아니라고 일축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정치체제 문제를 계속해서 내뱉고 있다. 특히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지도자로 선출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가벼운 인물"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이라고 깎아내리며 차기 지도자 인선에 관여하고 싶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일 플로리다주 탬파의 미 중부사령부 본부가 있는 맥딜 공군기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AFP/연합뉴스
종전 시나리오 역시 혼돈 그 자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무조건 항복” 외에는 어떤 합의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며칠 뒤 인터뷰에서는 이란 지도부와의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 정부의 이같이 엇갈린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홍수처럼 쏟아내기식 화법이나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해설하듯 말하는 기묘한 습관을 넘어서는 문제”라며 “이는 본인의 정치적 유산을 걸고 시작한 전쟁이 세계적인 에너지·지정학적 위기로 번지면서 대통령을 향한 압박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CNN방송이 분석했다.
특히 콜린 칼 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전쟁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임무는 확대되고, 기간은 늘어나며, 전쟁이 자체적인 추진력을 얻으면서 전쟁 그 자체가 목적이 돼 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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