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베이징 영광’ 류현진의 굵직했던 태극마크 여정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3.14 12:01  수정 2026.03.14 12:01

도미니카공화국전 1.2이닝 3실점 아쉬운 투구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주역, 대표팀 영광 함께 누려

사실상 국가대표 마지막 등판 치른 류현진. ⓒ 연합뉴스

‘괴물’ 류현진(39·한화 이글스)의 사실상 국가대표 마지막 등판이 아쉬운 뒷모습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1.2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부진하며 조기 강판됐다.


이날 대표팀은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실력 차를 체감하며 7회 0-10 콜드패했다.


시작은 우리가 알던 ‘괴물’ 그 자체였다. 1회말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전성기 시절의 전매특허인 칼날 제구를 선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강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상대로 풀카운트 끝에 예리한 커브를 찔러 넣어 헛스윙 삼진을 잡아낼 때만 해도 관중석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이어 케텔 마르테와 후안 소토를 가볍게 내야 땅볼로 요리하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2회가 문제였다. 선두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허용한 볼넷이 화근이 됐다. 매니 마차도를 뜬공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기는 듯했으나, 주니오르 카미네로에게 던진 실투가 통한의 적시 2루타로 연결됐다. 홈 승부 끝에 선취점을 내주자 류현진의 평정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훌리오 로드리게스를 땅볼로 잡아내며 한숨 돌렸지만, 아구스틴 라미레즈에게 다시 볼넷을 내준 뒤 헤랄도 페르도모에게 안타, 그리고 다시 만난 타티스 주니어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순식간에 점수는 0-3이 됐다. 결국 류지현 감독은 2사 1, 2루 위기에서 교체 결단을 내렸다.


경기 후 류현진은 국가대표와 관련된 질문에 “그동안 이렇게 마지막까지 대표팀을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끝맺음이 아쉽지만 지금까지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류현진과 한국 야구대표팀은 전성기를 함께 했다. ⓒ 연합뉴스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한 류현진은 ‘괴물 신드롬’을 일으켰고 그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무엇보다 팬들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각인된 장면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다. 류현진은 쿠바와의 결승전에 선발로 등판, 8.1이닝 2실점 역투를 펼치며 한국 야구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9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가던 그의 듬직한 뒷모습은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찬란한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이후 2009년 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견인한 뒤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던 그는 약 16년 만에 다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어느덧 불혹을 앞둔 베테랑이 되었지만, 대표팀의 부름에 기꺼이 응답하며 레전드의 품격을 몸소 증명했다.


전성기를 지난 나이에도 그는 후배들과 함께 마운드에 서며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았다. 기록 이상의 존재감이었다.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침착함, 그리고 국제대회 경험에서 나오는 리더십은 젊은 투수들에게 큰 귀감이 됐다.


결과적으로 8강전의 짧은 등판은 아쉬움으로 남았으나 류현진이 한국 야구에 남긴 족적은 결코 짧지 않다. 올림픽 금메달과 아시안게임 우승, WBC 준우승까지 굵직한 국제대회 순간마다 그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도 ‘에이스’라는 단어는 여전히 류현진을 떠올리게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 류현진의 시대가 저무는 가운데 이제 한국 야구는 그가 남긴 에이스의 역할을 누가 이어받을 것인가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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