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흥행작이 시장을 견인하는 구조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극장가를 사실상 단독으로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한국 영화 라인업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극장가의 다음 흐름을 바꿀 변수로는 오히려 할리우드 대형 IP들이 먼저 거론되는 분위기다.
ⓒ
개봉 5주 차에 접어든 ‘왕과 사는 남자’는 물리적·시간적 한계를 비웃듯 평일에도 15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누적 1346만 명을 넘겼다. 겉으로 보면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기록적인 성과다. 한편 역설적으로 다른 한국 영화들이 관객의 시야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 작품이 극장가를 떠받치는 동안 뒤를 이을 3월과 4월 한국 신작들은 아직 뚜렷한 흥행 기대감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개봉을 앞둔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각기 다른 이유로 관객층 확장에 대한 물음표가 붙는다.
쇼박스가 260만의 ‘만약에 우리’와 1300만의 ‘왕사남’에 이어 야심 차게 내놓은 김혜윤 주연의 ‘살목지’는 최근 급부상한 배우의 개인적 팬덤에 기대고 있으나 공포라는 장르적 폐쇄성으로 인해 ‘왕과 사는 남자’가 일궈놓은 천만 관객의 낙수효과를 온전히 받아내기에 그 그릇이 작다.
호러 장르는 특정 마니아층의 충성도는 높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진입장벽이 높고 가족 및 연인 관객들을 폭넓게 흡수하기에는 소재적 한계가 명확하다. 실제로 ‘살목지’의 손익분기점 역시 약 80만 명 수준으로 대형 흥행작이라기보다는 제한된 관객층을 겨냥한 장르 영화에 가깝다.
이동휘를 전면에 내세운 ‘메소드연기’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배우 이동휘가 자신의 이름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며 ‘진지한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역할에 몰입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콘셉트 자체는 흥미롭다.
다만 배우의 메타적 설정을 전면에 내세운 블랙 코미디 장르가 대중적인 흥행 폭발력을 지닌 장르라고 보기는 어려워, 개봉 전 단계에서 관객층 확장에 대한 기대감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배성우가 음주운전 논란 이후 약 7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내놓는 ‘끝장수사’는 작품 자체보다 배우 리스크가 먼저 거론되고 있다. 관객들이 콘텐츠 외적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최근 분위기를 고려하면, 작품성과 별개로 대중이 마주하기도 전에 거부감을 먼저 유발하는 치명적인 패착이다.
단일 흥행작이 시장을 견인하는 구조는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패턴이기도 하다. 대형 흥행작 한 편이 시장을 끌어올리는 동안 그 뒤를 받칠 중간 규모 흥행작이 부족해 흥행의 파급력이 제한되는 구조다.
이러한 한국 영화의 내수 부진과 전략적 공백은 할리우드 대작들에게 최적의 빈집털이 기회를 제공한다.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 흥행작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후속작 ‘슈퍼마리오 갤럭시’와 약 20년 만에 돌아오는 패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가 바로 이 틈을 노리고 있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2023년 전 세계적으로 약 13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글로벌 히트작이다. 가족 관객층과 게임 팬층을 동시에 흡수하는 IP라는 점에서 속편 역시 안정적인 관객 기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애니메이션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관객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역시 다른 의미에서 기대작으로 언급된다. 2006년 개봉한 1편은 패션 업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장르임에도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며 장기적으로 팬층을 형성했다.
특히 젊은 여성 관객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약 20년 만에 돌아오는 속편이라는 점에서 당시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들의 향수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러한 요소는 극장가에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모두의 관심이 ‘왕과 사는 남자’의 기록 행진에 쏠려 있는 사이, 한국 신작들이 반전을 만들어낼지, 아니면 예상대로 할리우드 대작들이 흥행 바통을 이어받게 될지 극장가의 시선이 집중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