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선임 놓고 ‘외부 견제’ vs ‘업권 전문성’
ROR·CSM 중심 환원 요구에 장기 건전성 우려
DB손해보험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충돌이 단순한 주주환원 논쟁을 넘어 보험업의 본질과 전문성을 둘러싼 대결로 번지고 있다.ⓒDB손해보험
DB손해보험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충돌이 단순한 주주환원 논쟁을 넘어 보험업의 본질과 전문성을 둘러싼 대결로 번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과 주주가치 제고를 둘러싼 공방이지만, 안팎에서는 보험사를 일반 상장사와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오는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이번 주총에서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2인 선임 안건을 놓고 DB손보 추천 후보 2인과 얼라인 추천 후보 2인이 맞붙는다.
DB손보가 이번에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전문성’이다.
회사 측은 이사회 추천 후보를 보험 재무·리스크·자산운용 실무형 인사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얼라인 측 후보에 대해서는 보험사 감사위원회가 요구하는 업권 이해와 직무 적합성, 독립성 측면에서 한계를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외이사 논쟁의 핵심도 단순한 외부 견제가 아니라, 누가 보험사의 복잡한 재무·건전성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감시할 수 있느냐에 가깝다.
자본 정책을 둘러싼 공방도 같은 맥락이다.
얼라인은 저평가 지표와 요구자본이익률(ROR) 중심 자본 효율성을 앞세워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DB손보는 보험업 특성상 단일 지표 중심 자본 정책은 장기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보험계약마진(CSM) 등 미래 추정치를 반영한 지표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실제 자본 여력보다 낙관적인 판단으로 이어져 장기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미국 포테그라를 인수한 DB손보 입장에서는 보수적 자본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변화와 듀레이션 규제 도입 등을 감안할 때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200~220%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방어 경영이 아니라 인수 이후까지 고려한 재무 안정성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DB손보는 이미 주주환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사업연도 주당배당금 7600원, 별도 기준 배당성향 30%를 결정했고 자사주 소각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충돌이 ‘환원 여부’보다 ‘환원의 속도와 방식’을 둘러싼 시각차에 가깝다고 본다.
결국 이번 주총은 배당 확대 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보험업처럼 회계·건전성 규제가 복잡한 업종에서는 외부의 숫자 중심 접근이 오히려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부 견제가 업권 특수성에 대한 이해 없이 작동할 경우,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라 또 다른 편향된 의사결정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종표 DB손보 대표는 최근 주주서한을 통해 “보험업은 공적 책임과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수익성 중심의 내실 성장과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통해 주주 신뢰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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