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혼선 키우는 대부업…'간판'부터 바꿔야 [기자수첩-금융]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6.03.23 07:02  수정 2026.03.23 07:02

불법과 합법 뒤섞인 인식에 혼란…소비자 피해 확산 우려

2년째 계류된 법 개정 지지부진…'명칭 변경' 논의도 표류

고리대금 불법사금융 피해 확산…대출규제 여파 취약층 유입

혼선 줄일 명확한 구분 기준 필요…대부업법 개정 선행돼야

올해 상반기 대부업 대출 규모와 이용자 수가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간판만 봐서는 불법사금융인지 몰라요. 기자님이라면 구분하시겠어요?"


한 금융권 종사자가 대부업 이야기를 꺼내며 한 말이다. 기자는 고개를 끄덕일 뿐,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법정 최고금리(연 20%)를 지키는 합법 업체와 고리대금을 일삼는 불법 사금융이 모두 '대부업'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대부업은 금융위원회나 지자체에 등록된 합법 금융업으로, 통상 제도권의 마지막 단계인 '제3금융권'에 속한다. 반면 등록 없이 영업하거나 등록이 만료된 경우는 '불법사금융'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대부'라는 간판을 내건 채 영업이 이뤄지면서, 소비자가 간판만 보고 이를 구분하기는 어려운 것 현실이다.


이 같은 혼선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간다. 불법사금융과 합법 대부업체에 대한 인식이 뒤섞이면서 소비자 혼선이 커지고 있다.


뉴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불법 사금융 피해 사례가 등장한다. 수십만원을 빌려주고 며칠 만에 원금과 이자 명목으로 몇 배의 금액을 뜯어내는 식이다. 연 환산 금리로 수천, 수만 퍼센트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해는 기초생활수급자·한부모·차상위계층 등 법정 취약계층에만 그치지 않는다. 20·30대 젊은층까지 확산되며 전 연령대로 번지고 있다.


문제는 혼란을 줄이기 위한 제도 논의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2024년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우수 대부업자'에 한해 '생활금융' 명칭 사용을 허용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명칭을 통해 합법 업체와 불법 사채를 구분하자는 취지지만, 논의는 진전이 없다.


대부업계는 오래전부터 간판 교체를 요구해 왔다. 불법 사채업자들까지 '대부업체'로 통칭되면서 정식 등록업체들까지 부정적 이미지를 함께 떠안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들어 이런 혼선은 더 커지는 흐름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수요가 대부업으로 유입되면서, 시장 접근 문턱은 낮아졌지만 혼선은 확대되고 있다.


당장 현금이 급한 이용자 입장에서 간판만으로 합법 여부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그 결과 제도권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들어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명확한 판단 기준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부업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법 개정을 통해 불법 사금융과 제도권 대부업을 명확히 구분하고, 소비자들이 간판만으로도 최소한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제도 개선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불법사금융과 합법 대부업의 차이를 알리는 홍보와 안내가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혼선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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