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 싱크홀 사고 1년'…주민들은 또 땅이 꺼질까 두렵다 [데일리안이 간다 138]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6.03.25 17:35  수정 2026.03.25 17:36

지난해 3월 명일동 도로 한복판서 깊이 18m 규모 대형 싱크홀 발생

서울시 "지반 침하 예방 위해 GPR 탐사 확대, 계측 신기술 도입"

주민들 "악몽 꾸고 아직도 불안…사고 지점 인근엔 지금도 지반 침하 발생"

전문가 "지하 공사 과정서 확실한 사전 예방책 필요…이후 수시로 점검해야"

명일동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25일, 사고 지점 인근에는 사망자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1년이 지났지만 인근 상인이나 주민들은 여전히 '그 날'을 기억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시는 '지표 투과 레이더(GPR) 탐사' 대상과 범위 확대, 계측 신기술 도입 등 지반 침하 예방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발밑 공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겨울철 얼었던 토사가 녹으며 지반 지지력이 약해지는 봄철을 앞두고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24일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도로 한복판에서는 깊이 18m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박모 씨가 추락했으며, 이틑날인 25일 토사에 매몰된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국토교통부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8개월여 동안 사고 원인을 조사한 끝에 자연적 요인으로 약해진 지반 침하에 고속도로 터널 공사와 노후 하수관 누수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 내렸다.


25일 데일리안은 사고 발생 1년 만에 현장을 찾았다. 가로 18m, 세로 20m, 깊이 18m 규모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던 도로 위는 언제 사고가 났냐는 듯 평온한 모습이었다. 도로는 새로 포장돼 있었고 차량들도 정상적으로 통행하고 있었지만 인근 주민들의 표정에서는 여전히 불안이 묻어났다. 사고 지점 인근 인도에는 사망한 박씨를 추모하기 위해 누군가 가져다 놓은 국화꽃이 놓여 있었다.


사고 현장 바로 앞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이충희(66)씨는 "싱크홀 사고로 지하에 있는 오일 탱크가 파손되고 주유소를 받치는 기둥이 기울어지면서 안전평가 D등급을 받았다"며 "그래서 1년째 영업을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고 직후 몇 달 동안 땅이 꺼지는 악몽을 꿨다"며 "그 꿈이 현실이 될까봐 여전히 무섭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 인근에 위치한 주유소 바닥에는 지반 침하로 인한 균열과 단차가 발생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이씨는 "사고 이후 도로는 복구됐지만 주변 지반은 지금도 조금씩 침하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유소 부지 곳곳에 생긴 균열을 가리켰다.


인근 주민인 50대 최태훈씨도 "도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다. 차를 몰고 지나갈 때마다 또 땅이 꺼질까 봐 긴장이 된다"며 "사고 이후 한동안은 일부러 이 길을 피해 다녔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인근 주민들이 계속 불안에 떨자 서울시는 지반 침하 예방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지하 빈 공간(공동·空洞)을 조사하는 GPR 탐사 대상과 범위를 기존 9595㎞에서 1만6423㎞로 약 1.7배 확대한다. 탐사 인력과 장비도 늘리고 30년 이상 노후 하수관로 4830㎞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지반 침하 관측망'을 구축하고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계측 기술도 도입할 계획이다. 사고 구간 인근을 지나는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굴착 공사 현장에는 6종 신기술을 시범 적용하고 민간 전문가 40명으로 구성된 '지하안전자문단'도 운영한다. 이 밖에도 시는 전국 최초로 지반 침하를 시민안전보험 보장 항목에 포함하고 영조물 배상보험 보상 한도 최대 2500만원으로 높였다.


사고 지점. 오른편에는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고속도로 터널 공사가 재개를 앞두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서울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민 김병훈(67)씨는 "비가 오거나 요즘처럼 기온이 오르면 땅이 약해져 혹시 또 사고가 나는 건 아닌지 계속 신경이 쓰인다"며 "언제까지 불안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지반 침하 사고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지만 서울시의 대책에는 이 점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학과 교수(국토안전관리원 원장)는 "싱크홀은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서울시가 내놓은 예방 활동은 하수관로 정비 말고는 전부 사후 대책"이라며 "지하 공사 시 실시하는 지하안전평가를 철저히 하고 공사 과정에서 지반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반 침하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장기적인 관리와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행정의 대응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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