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르데냐´는 왜 남성들이 장수할까

입력 2009.12.05 11:00  수정

<이원종의 농사짓는 교수-100세 건강 우연이 아니다 40>

사르데냐섬, 백세 이상 노인이 240여명 살고 있다는 곳. 제주도의 10배정도 되는 면적에 160만명이 살고 있다.

장수인들이 살고 있는 사르데냐의 계곡

전설에 의하면 사르데니아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다가 한 덩어리의 흙에 발자국을 남겨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고, 또 포세이돈이 땅 한 귀퉁이를 떼어내어 바다에 던져 생긴 섬이라는 설도 있다.

전설처럼 섬은 전혀 균형이 잡히지 않은 채 동부 중앙의 산맥을 중심으로 한 덩어리의 흙이 발바닥모양으로 바다 위에 떠 있다.

사르데니아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도 그리 가기 쉬운 섬이 아니다. 로마의 중앙역인 테르미니역에서 1시간 30분 동안 기차를 타고 시비타베키아(Civitavechia)항구로 가서 또 7시간을 배를 타야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본토와 왕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많은 전쟁을 통해 남부와 북부 간의 지역감정이 심해 본토와는 전혀 다른 자신들의 문화를 형성해 왔다.

마치 이곳은 이탈리아가 아닌 또 다른 나라같은 느낌이 들었다. 언어도 사르데냐어가 따로 있다. 섬의 대부분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르데니아인들은 이 척박한 땅을 자기 손으로 일구며 장수의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사르데니아는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남성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에서의 100세 이상 장수하는 남녀의 비율이 4.7(남자 100: 여자 470명)로 장수하는 여자가 월등히 많다.

그러나 사르데니아에서는 2.43, 그 중에서도 우르젤레이, 플라나, 아르제나 등 중동부의 블루존에는 1.35로 다른 지역에 비해 장수하는 남성들이 많다.

마이클 폴레인 벨기에 학자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이곳 오글리아주를 중심으로 한 오글리아연구를 실시했다. 사르데니아어인 ´Akentannos (100세까지)´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아키아(AKEA)연구를 실시하여 블루존(blue zone)이라는 이름을 붙인 곳이다.

사르데냐의 장수마을 우르젤레이

블루존의 한 곳인 우르젤레이(Urzulei)를 찾았다. 누오르에서 동쪽에 있는 도르갈리(Dorgali)라는 작은 도시를 통해 동해안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도로인 125번 도로. 산위의 능선을 따라 건설된 도로로 하늘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절벽 위를 달려 운전대를 붙들고 운전하는데 정신이 없었지만 옆에 앉은 아내는 도로 밑의 절벽을 내려다보며 손에 땀을 쥐며 불안해했다. 60여km에 불과하지만 2시간이 넘게 걸려 달리니 산 아래에 작은 마을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어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마을 중앙에는 광장이 있었고, 옆에는 성당이 있었다. 성당옆에는 5백석 규모의 야외극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도 역시 음악과 공연을 좋아하고 춤추기를 좋아하는 듯했다.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에 꽃이 피어 있었다. 이곳도 산비탈에 세워진 마을이라 농작물을 재배할 땅이 별로 없고 척박했다.

마을 곳곳에는 올리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어린 나무로부터 오래 된 고목은 물론, 마을의 가로수까지 모두 올리브나무였다.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녹색의 올리브열매가 달려 있었다.

우르젤레이 마을은 산비탈에 있어 농작물을 재배할 땅이 많지 않은데다 여름철에는 고온 건조한 기후를 띠기 때문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올리브나무는 생명력이 강해 척박한 땅과 고온 건조한 기후에서도 굳건히 자란다.

그러다 열매를 맺으면 이를 요리에 넣어 먹고 기름으로 만들어 요리에 넣거나 먹는다. 우르젤레이 사람들은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올리브 열매를 먹으며 이를 통해 건강을 지기고 있었다. 올리브나무는 이탈리아 전체에 심어져 있어 이탈리아가 전세계 올리브유의 25%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우르젤레이 마을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가서 물어볼 만한 곳도 마당치 않았다. 문 닫힌 도서관 옆에 있는 초등학교로 들어가니 수줍어하는 듯한 얼굴의 여자선생님이 영어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 마을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이 마을의 인구는 1,000명에 불과하지만 90세 이상 노인은 10여명 정도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은 역시 남성으로 98세인 포투나토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아들인 아고스티노라, 그리고 손자들과 살고 있었다.

사실 할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테레사 선생님으로부터 할아버지의 건강이 별로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하루 종일 벽난로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아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말이 없었다. 손을 만져보니 손이 차가웠다.

할아버지는 이제 삶의 끝자락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 아들의 설명으로는 할아버지는 아침에는 우유와 삶은 계란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점심과 저녁에는 파스타와 치즈, 채소로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고 했다.

우르젤레이에 사는 포투나토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들은 “할아버지는 소식을 하여 평생동안 살이 쪄 본 적이 없다”며 몇 년전에 찍은 사진을 선물로 나에게 주었다. 이미 아내와 첫째 아들은 세상을 떠났으며 이제 삶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할아버지. 지금 할아버지는 그의 삶에 만족을 할까?

죽음 이후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할아버지의 온화한 모습에 고개가 숙여졌다. 할아버지의 아들은 할아버지가 1940년 이티오피아에 자원봉사차 가서 찍어 고이 간직하고 있는 사진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지금도 일요일이면 성당에 나가 예배를 드린다는 할아버지의 건강비결은 소식, 안정적인 가정생활, 종교적인 신앙심이 장수의 비결로 보였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사르데니아 섬에는 이곳 사람들만 먹는 독특한 전통 음식이 있다. 바로 염소고기와 보릿가루 빵이다.

산악지대인 사르데니아 섬에서도 여러 개의 산으로 이루어진 블루 존에서는 염소를 많이 키운다. 이곳 사람들은 돼지고기나 쇠고기보다는 염소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염소들은 산속의 절벽을 타고 다니며 풀을 뜯어 먹는데 가는 곳곳에서 염소떼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산길은 몹시 험해 도둑이나 강도가 무서워 함부로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외부의 발길이 뜸해졌고 다른 먹거리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자연히 지천에 널린 염소를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에 이곳에선 산이 많아 교통이 불편하여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다 보니 곡식도 귀했다. 겨울에는 먹을 것이 없어 밀대신 보릿가루를 반죽해 얇게 민 다음 빵으로 구워 먹었다.

갓 구운 보릿가루 빵은 아주 바삭바삭하고 맛은 구수하면서도 고소했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세몰리나’라는 노란색의 굵은 밀가루가 보리가루를 대신하게 되었고 그것이 발전하여 현재 그들이 즐겨먹는 ‘카르타 디 티무지카’라는 빵이 되었다.

‘카르카 디 무지카’의 종류는 세가지로는 올리브유를 넣지 않고 얇게 구워 만든 피지오루(Pigiolu), 올리브유를 섞어 구워 만든 구티아(Gutia), 세몰리나를 넣어 구워 만든 인테그랄레(Integrale) 등이 있다.

지금도 1 년에 한 번은 마을 전체가 옛날의 보리빵을 만들어 먹으며 전통을 잇고 있다. 값비싼 고급 재료보다는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해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레시피로 만든 소박한 음식이 건강에는 더 좋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저녁 식사였다.

이 곳 사르데니아인들은 아침에는 신선한 과일과 통밀빵으로 식사를 한다. 점심과 저녁에는 파스타나 통밀빵을 주식으로 하고 양배추,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등 신선한 야채와 올리브오일을 매일 먹는다.

생선으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마늘과 양파를 양념으로 사용한다. 보통 점심이나 저녁 식사에는 한 두 잔의 레드와인을 마시는 등 지중해식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이 장수의 비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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