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벌떼 불펜의 핵으로 활약한 정대현-이승호가 롯데 우승청부사로 거듭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남자 1호 여왕벌이다. SK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번의 우승과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벌떼 불펜의 마무리로 활동해왔다. 올림픽과 WBC, 아시안 게임 등 국제대회에서도 대표팀의 뒷문은 늘 그가 책임졌다. 올 겨울 미국행을 타진했지만 그는 발길을 돌려 거인 유니폼을 입게 됐다.
남자 2호는 일벌이다. 부상으로 약 3년을 통째로 날렸음에도 끝내 재기에 성공해 2개의 우승반지를 손가락에 걸었다. 그는 선발부터 중간, 마무리까지 모든 역할 소화가 가능한 전천후 투수로 감독의 부름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심지어 구원으로 등판해 100이닝 이상 던진 시즌도 있었다.
V3에 목마른 롯데가 SK 벌떼 불펜의 핵으로 활약한 정대현(34)과 이승호(31)를 영입했다. 정대현에게는 4년간 총액 36억원(계약금 10억원+연봉 5억원+옵션 6억원), 이승호도 같은 기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3억5000만원+옵션 4억원) 등 합계 60억원의 파격 대우다.
이들의 영입은 롯데의 고질적 약점인 불펜을 보강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군산상고 3년 선후배 사이인 정대현과 이승호는 SK에서만 10년 넘게 활약하며 3개의 우승반지(이승호는 2개)를 손가락에 걸었다.
두둑한 배짱은 그동안 치러진 국제대회를 통해서도 충분히 검증이 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유일한 아마추어였던 정대현과 대표팀 최연소였던 이승호는 한국의 동메달 획득에 크게 기여했고, 나란히 병역혜택을 받았다.
이후 정대현은 2002 쿠바 대륙간컵, 2006 제1회 WBC,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제2회 WBC,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고, 이승호 역시 2002 부산 아시안게임, 2003 삿포로 아시아선수권, 2009 제2회 WBC에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기존 롯데 불펜 투수들에게 없는 큰 경기 경험이야 말로 이들이 가진 최대 무기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롯데는 경기막판 승부처 또는 포스트시즌에서 불펜 투수들이 지나치게 긴장한 탓에 경기를 그르치는 일이 잦았다.
셋업맨 또는 마무리로 고정되어 있지 않아 활용폭이 넓다는 점도 정대현과 이승호가 지닌 장점이다.
정대현은 2001년 SK에서 데뷔한 뒤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하며 ‘제2의 조웅천’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지난 2007년부터는 마무리로 낙점돼 벌떼 불펜의 여왕벌로 군림했고, 팀이 위기상황에 놓이면 이닝에 상관없이 등판하곤 했다.
실제로 정대현은 벌떼 불펜이 가동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5년간 16승 12패 77세이브 35홀드 평균자책점 1.51을 기록했다. 세이브는 같은 기간 팀 내 최다이며, 홀드 역시 정우람(84개)에 이어 2위다.
이승호는 좌완 계투요원에 목말라있는 롯데 불펜에 단비를 뿌려줄 투수다. 지난해까지 롯데는 강영식이 필승조로 활약해왔지만 좌타자에 약한 좌투수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오랜 이닝 소화가 어려워 원포인트 릴리프로만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이승호의 연투 능력은 리그에서도 최상위권이다. 이승호는 부상 복귀 후 최근 4년간 213경기에 출장해 무려 295.1이닝을 소화했고, 2009년에는 68경기 동안 106이닝을 던져 고무팔임을 자랑했다. 지난 4년간 이승호보다 많이 던진 구원투수는 ‘국민노예’ SK 정우람과 삼성 정현욱에 불과하다.
또한 선발 또는 마무리로도 활용가능하다는 점이 이승호가 지닌 최대 매력이다. ‘SK의 원조 에이스’ 이승호는 원래 보직이 선발투수로 통산 374경기 출장 가운데 113경기를 선발로 나섰다. 장원준의 군 입대로 구멍 난 좌완 선발의 빈자리를 채울 최고의 카드인 셈이다.
2010시즌에는 정대현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팀 내 마무리 보직을 맡아 20세이브(리그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전반기 내내 세이브 선두를 달렸던 이승호는 시즌 막판 선발로 보직이 변경돼 아쉽게 타이틀 획득에 실패한 바 있다.
정대현-이승호 최근 성적.
롯데는 최근 5년간 시달려왔던 ‘SK 울렁증’을 떨칠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지난 시즌 SK를 상대로 8승 1무 10패로 대등한 경기를 했지만 2007년 4승 14패, 2008년 5승 13패, 2009년 6승 13패, 2010년 7승 12패 등 철저하게 밀렸다. 한 팀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다보니 순위에서도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막강한 타격이 SK의 벌떼불펜 앞에서 주눅 든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특히 정대현(최근 5년간 롯데전 3승 1패 7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1.32)과 이승호(최근 4년간 6승 1패 1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2.49) 앞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 킬러였던 두 투수를 불펜에 이식함으로써 양 팀의 상황은 역전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0년 이후 11년 연속 SK에 밀렸던 상대전적을 올 시즌에는 기대해볼만하다. 최근 3년간 4.31(09년 4위)-4.96(10년 7위)-4.15(11년 6위)에 머물던 불펜 평균자책점도 정대현-이승호의 가세로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과거 두 차례 우승(84년, 92년)을 차지했던 롯데는 그때마다 최동원과 염종석이라는 걸출한 투수들이 마운드를 지켰다. 이번에 FA로 영입한 정대현과 이승호도 공격일변도였던 롯데의 팀 컬러를 완성형 팀으로 변모시켜 우승청부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