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는 그동안 전성기가 지난 노장선수나 외국인 선수들에게 그리 관대하지 못했다. 몸값이나 기량을 떠나 선수들에게 자유로운 운신의 폭을 제약하는 ‘악법’들이 원인이었다. 그리고 대개는 ‘내가 갖기는 싫지만, 남 주기는 아깝다’는 구단들의 천박한 이기심에서 비롯됐다.
그런 면에서 최근 SK에 새 둥지를 튼 아퀼리노 로페즈와 최영필의 행보는 한국야구에 많은 교훈을 남긴다. 한화는 3일 FA 최영필에 대해 보상선수 및 보상금액 포기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통보했다. FA 계약 뒤 트레이드 형식을 취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보상선수와 보상금액을 포기한 것은 처음이다. 말 그대로 순수한 의미에서의 ‘진짜’ FA가 된 것이다.
5일에는 KIA가 로페즈와의 계약을 포기했다. 종전에는 프로구단이 소속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을 포기하더라도, 5년간 국내 다른 팀에서 묶어놓을 수 있는 편법 규정이 있었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재계약 의사가 있는 선수에게 당해 연봉의 최소 75%이상을 제시하고 그 내용을 KBO에 정해진 기간까지 제출해야 한다. 만일 구단의 재계약 의사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거부한 선수들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해당 구단의 임의탈퇴 선수로 분류되어 5년 동안 뛸 수 없다.
과도한 FA 보상규정과 외국인 선수 임의탈퇴 제도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선수의 권리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많은 구단들이 이런 방식으로 다른 팀으로 떠나고 싶은 노장 선수, 혹은 남 주기엔 아까운 특급 선수들을 묶어놓곤 했다. 자유로운 선수이동이나 FA라는 제도의 취지에도 걸맞지 않은 일종의 노예계약이었다.
최영필과 로페즈는 비록 나이는 적지 않지만 여전히 자기 몫을 해낼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특히 로페즈는 정상적인 컨디션일 경우 10승 이상을 보장할 수 있는 에이스급 투수다. 그런 선수를 조건 없이 경쟁 상대에게 떠나보낸다는 것은 당장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야구판 전체로 보면 오히려 좋은 선수들을 오래 볼 수 있게 되고 자유로운 경쟁을 가능하게 함으로서 긍정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 한화와 KIA의 용기 있는 결단이 국내 프로구단의 의식변화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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