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은 삼성 시절부터 강력한 불펜을 앞세운 '지키는 야구'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KIA 사령탑을 맡은 이후 그의 능력도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선동열 감독이 부임하기 전부터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하고 있던 KIA에 마무리투수는 아킬레스건이었다. 때문에 확실한 마무리 투수만 확보한다면 과거 해태 시절의 투수왕국을 재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선동열 감독 역시 "뒤집히지 않는 야구를 하겠다"며 불펜 강화를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KIA 투수진의 사정은 썩 좋지 않다. 몇 년간 최고의 불펜 투수로 군림해온 손영민과 올 시즌 도약을 준비하던 김진우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당분간 출장이 어렵다. 여기에 유력한 좌완 선발 후보 양현종 마저 전열에서 이탈해 큰 차질이 생겼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마무리 투수다. 2009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처럼 안정적인 마무리 투수가 버티고 있다면 불펜의 깊이가 다소 얇더라도 지키는 야구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실제로 2009 시즌 KIA는 손영민 정도를 제외하고 믿음을 주는 불펜 투수가 없었지만 유동훈이 몬스터 시즌을 보내며 뒷문을 든든히 지킨 덕에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선동열 감독은 우선 활용 가능한 인원 중 마무리투수를 물색 중이다.
당초 가장 강력한 후보는 우완 정통파 투수인 한기주와 김진우였다. 150㎞ 이상의 강속구를 보유한 파이어볼러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들은 힘으로 상대 중심 타선을 윽박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방수감으로 유력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은 나란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현재로선 2011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한 우완 한승혁과 베테랑 유동훈, 그리고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 등이 물망에 올라있다.
그러나 한승혁은 당장 마무리를 맡기엔 부적절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나이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힘 있는 직구를 뿌리는 것은 장점이지만 구종이 단조롭고 무엇보다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 시범경기에서의 모습을 실전에서 보여주면서 꾸준히 성장한다면 차세대 소방수로서 각광받을 수 있지만 이제 갓 프로 무대에 뛰어든 선수를 당장 마무리로 쓴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한승혁도 마무리투수 자리보다는 일단 개막전 엔트리 진입이 목표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시즌 도중 마무리 전환이 가능할 수 있지만, 선동열 감독에게 필요한 건 시즌 초반 활약할 요원이다.
2009시즌 KIA 뒷문 지켰던 유동훈.
때문에 유동훈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수년간 셋업맨 및 마무리 투수로 뛰어왔기에 경기 운영 능력이나 노련미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마무리투수는 구위 못지않게 경험도 중요해 어느 정도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중책을 맡을 수 있다. 하지만 유동훈은 2009년 이후 하락세를 걷고 있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또 잠수함 투수인 데다 구속이 빠르지 않아 박빙 상황에서 힘으로 상대 타선을 누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국인투수 르루는 좋은 구위에 빠른 투구 템포를 갖춰 마무리 투수로 쓸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힘 있는 직구를 던지는 것을 비롯해 좌우로 떨어지는 변화구의 각도 일품이다.
그러나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의 기량이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르루가 뒷문 단속에 들어갈 경우 선발진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KIA는 윤석민-서재응 외에 검증된 선발이 없어 르루를 불펜으로 돌리기 쉽지 않다. 양현종 부상 공백이 못내 아쉬운 이유다.
물론 변수는 있다. 당초 마무리 후보였던 한기주의 몸 상태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빠른 회복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실제로 한기주는 지난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0-1로 뒤진 6회말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등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
아직 직구 구속은 기대치에 못 미치지만 통증이 없고 전체적인 몸의 밸런스가 잡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시즌 초 출격도 기대된다. 한기주가 정상적으로 시즌 초부터 소방수를 맡아준다면 르루(선발)와 유동훈(셋업맨)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어 선동열 감독의 근심을 덜 수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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