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깨문 은퇴에 울컥 ‘타이거즈로 돌아와라’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12.04.01 16:14  수정

2012시즌 열망하던 이종범 돌연 은퇴 선언

놀란 팬들 용단 존중..타이거즈 복귀 바람

은퇴를 선언한 이종범.

송알송알 맺힌 굵은 땀방울을 닦고 입술을 깨물며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감추고 호랑이 가죽을 벗는다.

'호랑이 군단' 정신적 지주가 떠난다. 지난해 이어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로 등록한 ‘야구 천재’ 이종범(42·KIA)이 2012시즌 개막을 앞두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KIA 구단은 3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종범이 은퇴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최근 이종범은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타격코치 등 코칭스태프와의 면담 끝에 개막전 엔트리 제외 통보를 받은 뒤 용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까웠던 20번째 시즌을 놓은 셈이다.

사실 이종범에게 올 시즌은 상당히 버거울 것으로 예상했다. 선동열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 등 신임 스태프가 강도 높은 팀 개혁을 예고, ‘42세 노장’ 이종범은 본의든 아니든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종범은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며 “생각할 시간을 가진 뒤 조만간 향후 거취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과 귀를 의심케 할 만큼 갑작스런 은퇴 결정이다. 올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일정까지 깔끔하게 소화한 이종범은 지난달 중순 귀국 인터뷰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면서 알찬 시즌을 보내겠다”며 2012시즌을 열망했다.

하지만 선동열 신임 감독이 부임한 뒤 불과 5개월 만에 ‘정신적 지주’ 이종범은 스스로 은퇴를 선언하고 말았다. 은퇴 용단을 둘러싼 여러 궁금증에 대해서도 지금은 “나중에 하겠다”고 잘라 말한다. 머리와 가슴에 무언가 흐르고 있을 것 같은 그의 속을 다 들여다 볼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KIA는 2009시즌 우승 직후에도 이종범에게 코치직 및 유학지원 보장을 내걸고 은퇴를 권유한 바 있다. 하지만 이종범은 당시에도 ‘당당한 현역’ 의지를 밝히며 지난 시즌까지 활약했다. KIA 선동열 감독 역시 지난해 10월 광주구장서 열린 선수단과의 첫 상견례에서 "이종범이 베테랑으로서 분명히 할 역할이 있다"며 현역 이종범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래서 숱한 곡절 속에도 살아남아 그라운드에서 뛰고 구르던 그의 퇴장이 이렇게 불현듯 찾아올 것이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이종범이라 쓰고 신이라 읽는다’며 그를 ‘야구 천재’로 추앙하던 팬들도 당연히 크게 놀랐다.

시범경기에도 타석에 들어서며 2012시즌을 향한 의욕에 불타있던 그였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KIA 팬들은 "이종범 은퇴 소식을 듣는 순간 울컥했다"며 "'바람의 아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 타이거즈로 다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안타까운 심정을 토하고 있는 팬들의 공통점은 다시 타이거즈로 돌아와 달라는 간절한 바람이다.

'야구 천재'로 불렸던 이종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화려한 족적

1993년 KIA 전신 해태에 입단한 이종범은 그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듬해에는 역대 단일시즌 최다기록으로 남아있는 196안타 84도루를 기록했고, 4할에 조금 모자란 0.394를 찍으며 타격 4관왕과 골든글러브 등을 휩쓸었다.

1997년에는 타율 0.324 30홈런 64도루를 기록하며 해태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1998년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했다. 하지만 일본 투수들 집중견제에 시달리는 과정에서 팔꿈치 골절상으로 침체에 빠졌고, 2001년 8월 해태가 KIA로 인수될 때 국내로 복귀했다.

이종범은 이후에도 두 차례의 골든글러브 수상(2002, 2003)을 비롯해 도루왕(2003)에 등극하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2009시즌에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챙기면서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커리어 통산 기록은 타율 0.297 194홈런 730타점 510도루다.

이종범은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7경기에 출전, 12타수 4안타 1타점(0.333)을 기록하고 있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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