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같은 비 딴판 데자뷰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2.10.29 10:29  수정

삼성-SK 우천순연 색깔 다른 추억

2012 KS 3차전 이후 흐름에도 영향?

SK는 큰 경기일수록 비로 인한 좋은 기억이 많다.

같은 비가 내렸지만 체감효과는 전혀 달랐다. 비로 인한 우천순연은 서로 다른 데자뷰를 떠올리게 했다.

SK 와이번스는 28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3차전에서 초반 대량실점 열세를 딛고 짜릿한 12-8 대역전승을 거뒀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고 있는 양팀이 그간 대체로 투수전 양상을 띠었다면, 이날 경기는 좀처럼 보기 드문 타격전으로 전개됐다. 1-2차전에서 삼성의 높은 마운드에 눌려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SK는 이날 3개 홈런 포함 17안타를 몰아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SK에는 비로 인한 휴식이 천금 같은 보약이 된 셈. 그동안 이름값을 못했던 타자들이 자신감 있는 배팅으로 삼성의 안지만-차우찬-권혁 등 ‘필승계투조’를 무너뜨렸고, 최대 5일간 휴식을 취한 박희수-송은범-정우람 등 SK 주력투수들도 후반 삼성 타자들을 압도했다.

SK는 큰 경기일수록 비로 인한 좋은 기억이 많다.

2009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우천으로 일정이 하루 순연된 뒤 다음날 6개 홈런을 몰아치며 승리를 맛본 것이 대표적이다. SK는 당시 초반 2연패 뒤 3연승의 역스윕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지난 시즌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5차전이 우천으로 예정보다 하루 뒤로 밀린 뒤 완승을 거뒀다.

SK는 한국시리즈 역사상 1,2차전을 내주고도 역전 우승을 달성한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SK는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2연패를 당한 뒤 3차전에서 반전의 발판을 만들며 내리 4연승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때도 물론 비가 내렸다.

반면, 삼성은 비와의 악연이 다시 떠오를 법한 경기였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우천순연 뒤 필패’라는 기분 나쁜 징크스를 안고 있다. 첫 한국시리즈였던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우천순연 뒤 패한 것이 불행의 시작. 2001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1차전 승리 이후 2차전이 비로 우천순연 된 이후 3연패에 빠지며 시리즈의 주도권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초반 타선폭발로 쉽게 따낼 수 있던 경기를 믿었던 투수진의 난조 속에 생각지도 못한 대량실점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두산과의 지난 2001 한국시리즈 4차전 데자뷰를 떠올리게도 했다. 당시 삼성은 2회에만 8점을 뽑으며 경기를 쉽게 가져가는 듯했지만 3회에만 장단 7안타와 볼넷, 실책 등이 겹쳐 한 이닝 한국시리즈 최다인 12실점으로 무너진 바 있다.

대패의 트라우마와 투수력 소모의 후유증은 남은 경기에서 무기력증으로 이어졌다. 이 경기는 삼성이 한국시리즈 같은 큰 무대에서 유난히 약하다는 ‘새가슴 징크스’를 안게 되는 계기가 됐다. 삼성은 이날 SK와의 3차전에서도 뜻하지 않은 대패와 함께 무려 7명의 투수를 소모했다.

SK는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초반 부진하다가도 뒷심을 발휘한 경우가 유독 많았고, 삼성은 잘나가다가도 흐름을 뺏기면 와르르 무너지곤 하는 큰 경기 징크스가 있었다. 3차전에서 뒤바뀐 흐름이 앞으로의 시리즈에 어떻게 작용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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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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