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논리에 입각했을 때 지출보다 수입이 많으면 효율적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비효율적이라 한다. 시장경제 원칙에 의해 움직이는 유럽 축구 시장도 마찬가지다. 수익을 올리는 구단이 있는가 하면, 매년 적자에 머무는 구단이 있기 마련이다.
구단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유니폼 판매, 중계권료 확보, 홈경기 입장 수입 등 여러 가지다. 이 가운데 선수를 사고 팔 수 있는 이적시장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곤 한다. 중소 클럽들은 애지중지 키운 선수를 비싼 값에 파는가 하면, 돈 많은 빅클럽들은 이들에게 막대한 이적료 지불을 주저하지 않는다.
특히 축구의 본고장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전세계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을 자랑하는 만큼 ‘쓰는 구단’ ‘돈 버는 구단’ ‘아끼는 구단’ 등이 다양하게 포진했다. 그렇다면 이적자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한 구단은 어디일까.
적자 구단 - 첼시, 맨유, 리버풀
지난해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첼시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대적인 선수 보강에 나섰다. 그리고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간 올해 에당 아자르, 오스카, 마르코 마린 등 젊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선수들이 푸른사자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시즌 첼시가 이적 시장에 쏟아 부은 금액은 무려 1억 1520만 유로(약 1679억 원). 반면, 선수를 팔아 거둬들인 수입은 다니엘 스터리지, 하울 메이렐레스, 케빈 데 브루잉 등 3명의 선수만을 팔아 2545만 유로(371억 원)에 그친다. 올 시즌 손익은 -8975만 유로(1308억 원)로 불명예 1위다. 하지만 로만 아브라모비치라는 러시아 석유재벌을 구단주로 두고 있어 첼시에 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 번째로 비효율적인 장사를 한 구단은 의외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다. 최근까지 1~2건의 굵직한 영입을 제외하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지만 올 시즌에는 달랐다. 바로 지난 시즌 ‘시끄러운 이웃’ 맨체스터 시티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기 때문이다.
먼저 맨유는 특급 공격수 로빈 판 페르시를 3070만 유로(약 447억 원)에 데려온데 이어 가가와 신지, 윌프레드 자하, 닉 포웰 등을 영입했다. 문제는 수입이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박지성, 페데리코 마케다 등을 예상보다 헐값에 팔아넘겼다. 그 결과 맨유는 6131만 5000파운드를 손해 봤고, 이는 구단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적자다. 그나마 위안은 투자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점이다. 맨유는 올 시즌 우승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리버풀은 최근 들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장사만을 고집하고 있다. 2011년 겨울, 페르난도 토레스를 EPL 역대 최고액에 팔아넘긴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행보가 한심하기만 하다. 앤디 캐롤, 스튜어트 다우닝, 조던 헨더슨, 조 앨런 등을 과다한 금액에 데려온 것을 모자라 디르크 카윗, 막시 로드리게스, 라이언 바벨, 하울 메이렐레스를 헐값에 처분했다. 올 시즌 적자는 5715만 유로이며, 팀 순위도 9위에 머물고 있다.
의외인 것은 ‘큰 손’ 맨체스터 시티의 적자폭이 1765만 유로밖에 되지 않는 점이다. 사실 맨시티는 지난 여름과 겨울 이적시장을 조용히 넘어갔다. 하비 가르시아와 마티야 나스타시치 등을 데려왔지만 맨시티 입장에서 그리 큰 돈은 아니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마리오 발로텔리와 엠마뉴엘 아데바요르, 니헬 데 용을 처분한 점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박지성 소속팀 퀸즈파크레인저스(QPR)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첼시와 맨시티가 부자 구단주로 교체 후 대대적인 선수 보강으로 효과를 본 반면, QPR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올 시즌 선수 영입에 7번째로 많은 지출을 했지만 팀은 사분오열되며 강등위기에 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 손익계산서.
흑자 구단 - 풀럼, 스완지, 아스날
풀럼은 올 시즌 이적시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수익을 거뒀다. 폼이 떨어지긴 했지만 수준급 타겟맨 베르바토프를 고작 500만 유로(약 73억 원)에 데려온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2010년 600만 유로에 데려왔던 무사 뎀벨레를 2년 만에 3배인 1900만 유로(277억 원)에 팔아넘겨 2142만 유로의 이익을 봤다.
스완지 시티야 말로 최고의 장사를 한 구단이다. 스완지는 6명의 선수를 영입하는데 2043만 유로를 지출한 반면, 3명의 선수만을 내주고 3260만 유로를 벌어들였다. 구단 역사상 최다 이적료를 기록한 파블로 에르난데스를 비롯해 기성용, 미구엘 미추 등은 모두 성공적인 영입이며, 팀 성적도 리그 7위, 그리고 캐피털 원 컵 결승에 올라 유럽클럽대항전도 가시권에 있다.
흑자 구단하면 ‘벵거의 경제학’ 아스날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아스날은 돈을 쓸 때 쓰지 못한다는 비아냥거림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산티 카솔라, 루카스 포돌스키, 올리비에 지루, 나초 몬레알 등 주전급을 영입하며 5300만 유로(약 773억 원)를 지출했다. 이는 지난 시즌 박주영, 안드레 산토스 영입 실패를 만회하기에 충분하다.
적지 않은 돈을 썼지만 손익 계산에서는 오히려 흑자를 봤다. 로빈 판 페르시는 물론 알렉산더 송을 시장 평가보다 비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5년간 이적시장에서 흑자를 본 구단은 5개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뉴캐슬과 레딩, 웨스트햄은 강등 당시 주전 선수 대부분을 팔았던 터라 흑자를 볼 수밖에 없다. 나머지 2개 구단인 아스날과 에버튼은 실질적인 흑자 수익을 올린 팀들이다.
아스날은 2008-09시즌과 2010-11시즌을 제외한 3시즌 간 흑자를 올렸고, 최근 5년간의 흑자 규모는 2507만 유로(약 365억원)다. 에버턴 역시 넉넉지 않은 재정 탓에 선수 영입에는 소극적이었지만 벌어들인 이적료는 상당하다. 에버턴의 손익은 1486만 유로(약 216억원)로 흑자다.
이와 반대로 맨시티와 첼시는 이적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첼시는 총 2억 8529만 유로(약 4153억 원)의 적자를 봤고, 맨시티의 적자폭 역시 첼시의 약 2배인 4억 7070만 유로(약 6851억 원)에 달한다. 1억 1292만 유로(약 1644억 원)의 적자를 본 스토크시티가 리버풀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는 점이 의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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