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스타일? 손흥민은 미래가치주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3.02.19 09:16  수정

스타일 마인드 놓고 대표팀 내 활용도 갑론을박

주축 올라서기 위해 거쳐야할 자연스러운 과정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의 활약에 비해 대표팀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손세이셔널’ 손흥민(21·함부르크)은 현재 한국축구 해외파 가운데 기성용과 함께 가장 뜨겁다.

공격수 포지션의 선수만 놓고 보면 독일 무대를 평정했던 대선배 차범근 이후 가장 뛰어난 활약을 나타내고 있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 주가가 높아지면서 기대치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 도르트문트전에서 8-9호골을 터뜨리자 손흥민에 대한 호평은 절정에 달했다.

낯설고 힘든 해외무대에서 손흥민이 당당히 한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대견하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손흥민에 대한 ‘지나친 호들갑’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서 고공비행을 거듭하면서 상대적으로 부각된 부분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비해 정작 대표팀에서는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최근 ‘강호’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초반 두 번의 슈팅 이후에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대표팀 내 활용도와 기량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조광래 감독이 지휘하던 ‘2011 아시안컵’을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한 손흥민은 A매치 11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 중이다. 또래들에 비하면 일찍 대표팀에 승선했다고 하지만, 아직 팀 내 비중은 크지 못하다. 대부분이 후반 교체멤버로 나선 것으로 출전시간도 적은 편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2012 런던올림픽’에도 출전 가능한 연령대였지만 결국 선택받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손흥민의 플레이스타일을 지적하기도 한다. 손흥민 움직임이 유기적인 조직력을 강조하는 한국축구와 맞지 않고, 공수밸런스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기회가 왔을 때 패스보다는 슈팅, 동료를 살리기보다는 자신이 주도하려는 의욕이 강한 유럽식 마인드다.

사실 이것은 장단점 문제라기보다는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대표팀이라는 환경에서 평소 자신에게 익숙한 습관과는 다른 플레이를 해야하다보니 경험이 없는 어린 선수로서는 적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대표팀에서 손흥민 활약이 저조한 것은 전술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손흥민은 소속팀에서 4-4-2의 투톱 혹은 4-3-3에서의 측면 윙포워드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주 포지션에 기용된 경우는 드물었다. 크로아티아전에서도 손흥민은 왼쪽 날개로 뛰었다. 원톱에는 지동원이 있었고, 오른쪽 날개에는 이청용이라는 붙박이 주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대부분 기존 선수들을 주 포지션에 맞게 기용하는 편이지만, 유일한 예외가 손흥민이다. 최강희 감독은 크로아티아전에서의 손흥민의 조기교체도 부진 때문이 아니라 다른 공격수들을 테스트할 기회가 필요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표팀에는 이동국, 박주영, 김신욱 같은 정통 스트라이커들이 있다. 이들에 비해 손흥민은 전형적인 원톱형 공격수는 아니다. 문전에서 등지고하는 포스트플레이나 헤딩 같은 제공권 경쟁력은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와 폭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빈 공간을 침투해 상대 수비를 허무는 역습 스타일에 최적화된 선수다.

현재 대표팀 시스템상으로는 손흥민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표팀이 손흥민에 맞춰 당장 기존의 전술과 선수구성을 바꾸는 것은 더 어렵다. 어느 팀이든 주축 선수들을 중심으로 다져온 기존의 스타일과 조직력이 있기 마련이다. 손흥민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아직 대표팀에서는 엄연히 박주영-이동국이나 이청용만큼 검증된 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아직 대표팀에서 그만한 비중과 중압감을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도 미지수다. 당분간은 지금처럼 경기 후반 분위기를 바꾸는 조커 역할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것은 조급해할 문제가 아니라 손흥민이 대표팀의 주축으로 올라서기 위해 거쳐야할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하다. 이동국이나 박주영은 물론 박지성이나 홍명보같은 선수들도 처음부터 대표팀의 주축이 된 것은 아니다. 선배들을 보좌하는 백업에서 시작했고, 단계를 거치며 경쟁을 통해 팀의 주전이자 전술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변화의 여지는 남아있다. 최강희 감독이 3월 재개하는 최종예선에서는 기존 원톱 시스템에서 벗어나 투톱을 구사하는 공격적인 전술로의 변화를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전에서 시험 가동한 이동국-박주영 조합이 또다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지금, 새로운 조합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문제는 최강희 감독이 손흥민을 얼마나 믿을만한 ‘공격수 카드’로 분류하고 있느냐에 달렸다.

대표팀에서 굳이 손흥민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고르라면 이근호를 꼽을 수 있다. 이근호도 처음에는 A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겉도는 벤치멤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8년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허정무호에서 4-3-3에서 4-4-2로의 전술 변화가 일어나면서 부진한 유럽파를 제치고 주전공격수 기회가 돌아갔고, 이근호는 매 경기 위력적인 골결정력을 과시하며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무대로 이끌었다.

이근호는 최강희호에서는 멀티플레이어로 변신했다. 주로 윙포워드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분류되고 있지만 언제든 세컨드 스트라이커까지도 소화할 수 있다. 전형적인 원톱형 공격수가 아닌 손흥민으로서는 최전방에서 이근호같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김신욱 같이 문전에서 포스트플레이가 가능한 타깃맨 유형의 스트라이커와 투톱에서의 빅&스몰 조합을 구사했을 때, 이근호와 손흥민은 공격수로서 충분히 위력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히든카드다. 장기적으로는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이근호의 플레이를 참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쨌든 손흥민이 주어진 상황에서 기복 없이 성장하는 것이다. 유럽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이상, 손흥민을 적극 활용하고 싶지 않은 감독은 없다. 굳이 지금 대표팀에서까지 활용도를 놓고 손흥민에게 지나친 압박을 줄 필요는 없다. 손흥민이 지금 잘하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어린 선수고, 완성형이 아닌 배워나갈 것이 더 많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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