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안철수 신당? 뿌리 튼튼해도 흔들리는데"
민주당 '혁신과 정의의 나라포럼' 참석 "급조되기 힘들 것"
지난해 새누리당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총괄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29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창당설과 관련해 “오랜 시간 동안 뿌리를 가진 정당도 국민 앞에서 흔들리는데, 새로운 정당이 그렇게 쉽게 급조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과 정의의 나라포럼’ 1차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이 진보적 정당정치를 강조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영입한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정치라는 것은 정당이란 배경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아울러 김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의지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박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이 신뢰와 정직성이라고 생각하고, 박 대통령이 지난 선거기간 동안 국민을 상대로 (수차례 경제민주화를) 강조했기 때문에 임기 내에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 전 수석은 “아직까진 경제민주화 논의와 입법이 초기단계에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비판을 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며 “물론 여당 내에서도 경제민주화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국민적 요구인 만큼 거기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6월 임시국회의 입법과제로 경제민주화보다 창조경제와 일자리창출을 더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에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의 바탕이 없이는 이뤄지기 어렵다”며 “창조경제만 떼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점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되니, 안 되니 성급하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란 아직도 사회국가와 사회주의를 구분 못해"
한편, 김 전 수석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대기업 집단의 비위를 맞추고, 편의를 봐줘야만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경제정책은 질서를 확립하는 동시에 효율을 지향하지 않고선 안 된다”며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전 수석은 “1987년 헌법에 119조 2항에 경제민주화가 포함된 뒤, 나는 누가 어떨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사실상 방관한 상태로 지켜봤다”며 “(하지만) 여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못 봤다. 결국 25년이 지나 이제는 국민들이 ‘기존의 경제운영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됐느냐’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압축성장 25년, 정치민주화 25년을 했는데 압축성장에서 발생한 갈등 요인이 정치민주화에도 불구하고 해소는커녕 악화됐다”면서 “이젠 과거와 다른 새로운 질서를 확립해서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위 사회주의체제라는 막스이론이 인간의 행복은커녕 불행해만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자취를 감췄지만,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표되는 아담 스미스의 시장경제 역시 사회 문제 해결에 한계점이 드러나 정상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선 경제와 사회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김 전 수석은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경제민주화의 모범적인 사례로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모형을 제시했다.
그는 “독일이라는 국가는 사회국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라는 말과 사회주의라는 말을 구분하지 못한다. 사회라는 말만 들어가면 사회주의라 생각한다”며 “여기에 독일의 소셜마켓(social market), 사회적 시장경제라고 하니 사회주의적 경제라고 한다. 한국인의 인식 부족에서 생겨난 문제”라고 말했다.
김 전 수석에 따르면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 가장 늦게 민주주의가 도입됐지만, 현재 세계에서 국민의 의사를 정치에 가장 잘 반영하는 의회체제를 가진 국가로 발전했다. 경제적 집중을 해체하지 않고선 정치적 민주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사회적 시장경제를 헌법에 명문화한 것이 계기가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를 이끈 나라 가운데 시장경제의 기본 정신인 경쟁을 통한 효율 향상을 가장 충실하게 도입한 나라가 독일인데, 이 과정에서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해 제도적 측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헌법으로서 규정했다는 것이다.
김 전 수석은 “(이처럼) 효율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시장경제가 파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사회조화 이루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바탕”이라면서 “2차 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 등에서 취한 재벌 해체 등의 조치는 기본적으로 정치민주화와 경제 효율의 조율을 이루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수석은 국가별 정치·사회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제도 도입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를 배우느냐가 정치권의 유행이 된 듯하다. 그러나 어느 나날 배워서 도입할 수 있느냐”며 “역사적 배경 다르고 경제 운영방식이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대기업 집단이 경제의 대부분 지배하는 구조는 세계 어디도 없는데, 이를 어떻게 물의 없이 해소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수석은 이어 “이 문제는 현실적으로 우리 정치권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작년 대선 때 박 대통령이 강조한 것”이라며 “정부와 의회가 잘 협의해나간다면 현 정부 내에서 경제민주화가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효율과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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