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둥지둥 LG, 자멸로 시작한 11년만의 가을
실책 2개 이어 공격에서도 성급하게 달려들어 자멸
큰 경기 경험 풍부한 두산, 노련미로 LG 제압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 최고의 무기는 바로 ‘경험’이었다. 경험의 차이가 플레이오프 1차전의 승부를 갈랐다.
두산은 16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LG와의 원정 1차전에서 최준석의 결승타에 힘입어 4-2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1차전 승리를 가져가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역대 29차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횟수는 22번으로 확률로 따지면 무려 75.9%에 달한다.
객관적인 전력과 평가에서 엘지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두산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었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 포스트시즌서 자취를 감췄고, 11년간 침체기를 겪었다. 반면, 같은 기간 두산은 세 차례 준우승을 비롯해 무려 8차례나 가을 잔치에 참가하는 저력을 보였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두산은 별다른 실수 없이 계획한 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하지만 LG는 1회부터 수비가 흔들리며 너무 오랜만에 맞이한 가을 잔치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LG 선발 류제국은 1회초 이종욱에게 3루타를 맞은데 이어 볼넷을 내줘 1, 3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김현수에게 적시타를 맞고 선제점을 내준 것까지는 좋았다. 계속된 무사 1, 3루 위기에서 최준석의 파울 타구를 허무하게 놓친 것이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켰다.
류제국은 최준석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는 듯 했지만 정성훈의 홈 송구가 뒤로 빠지며 다시 1점을 내줬다. 정성훈의 판단과 포수 윤요섭의 수비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공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회말 이병규의 투런 홈런으로 동점을 이뤘지만 이후 두산 선발 노경은의 포크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노경은은 성급하게 달려드는 LG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압도, 투구 수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은 7회말 LG의 공격이었다. 두산은 노경은을 내리고 홍상삼을 마운드에 세웠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홍상삼은 1사 후 윤요섭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침착하지 못한 승부로 어렵게 얻은 득점 찬스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후속타자 손주인은 크게 흔들리고 있던 홍상삼의 3구째 볼을 받아쳤고, 땅볼로 굴러간 타구는 유격수 김재호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 병살타가 되고 말았다. LG 입장에서는 땅을 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투수력 소모가 컸던 두산은 최상의 결과를 이뤄냈다. 선발 노경은은 6이닝동안 4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무엇보다 88개의 공만을 던져 체력 소모를 최소화했다.
가장 큰 수확은 역시나 홍상삼의 부활이다. 홍상삼은 7회 오르자마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김진욱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다독거려주자 예의 위력적인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특히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자신이 처리, 세이브와 함께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는 향후 시리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실 두산은 선발 자원이 부족한 것은 물론 불안한 불펜을 그대로 안고 플레이오프에 임했다. 하지만 단 2명의 투수로만 1차전을 잡아 마운드 운용에 숨통이 트였고, 이튿날 열릴 2차전에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다른 투수들을 적재적소에 투입시킬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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