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지난 11일 오리온스와의 창원 홈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승리, 서울 SK와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직 시즌 중반이고 타 팀과의 격차도 크지 않지만 최근 2년여 동안 부침을 겪었던 LG가 오랜만에 선두권에 올라섰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LG는 올 시즌 전부터 4강 이상도 가능한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태종, 김시래, 김종규, 데이본 제퍼슨, 크리스 매시 등 알짜배기 새 얼굴들이 각 포지션에 고루 보강, 전력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멤버구성으로 보자면 LG 창단 사상 최고의 멤버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우승후보가 될 수 있느냐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렸다. 그만큼 장단점이 뚜렷하고 검증되지 않은 불안요소들도 많았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행보는 긍정적이다. 모비스 시절 양동근과 유재학 감독의 우산효과에 가려졌던 김시래는 LG에서 야전사령관으로서 홀로서기에 성공하고 있다. 슈터 문태종은 노장이라는 우려를 딛고 클러치타임에서 가장 믿을만한 해결사로 건재하다. 득점력이 뛰어난 제퍼슨과 포스트플레이에 강한 매시는 경쟁구도를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
여기에서 높이와 기동력을 겸비한 장신 빅맨 김종규의 가세로 LG의 오랜 아킬레스건이던 토종 파워포워드 부재가 마침내 해결됐다. 현재 한국프로농구(KBL)에서 LG를 높이로 압도할 수 있는 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김종규와 두 외국인 선수가 각자 스타일과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선수들이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 높이와 기동력의 색깔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은 LG만의 최대장점이다.
기승호, 김영환, 유병훈, 조상열, 박래훈 등 각 포지션에서 걸쳐 주전과 식스맨의 구분이 없는 두꺼운 백업 선수층까지 보유하고 있다. 아직 성장 중인 젊은 선수들이 많고 경기를 거듭하며 선수들의 운영능력이나 조직력이 더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은 LG가 앞으로 더 무서운 팀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LG는 창단 이래 아직까지 프로농구 우승을 차지한 경험은 없다.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최고 성적이 모두 준우승이다. 김태환 감독이 이끌던 2000-01시즌 조성원과 에릭 이버츠를 앞세운 공격농구로 돌풍을 일으키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갔지만, 삼성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루를 삼켰다. 단기전에서 높이의 한계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이후 신선우-강을준 감독 체제를 거치며 꾸준히 6강권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더 이상 우승후보는 되지못했다. 현재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진 감독은 부임 첫 두 시즌 연속 6강 진출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김시래와 김종규의 연이은 영입을 통해 어느 정도 리빌딩에 성공하며 팀 재건의 희망을 쏘아올리고 있다. 올 시즌 LG의 정상등극을 이끌 수 있다면 김진 감독의 리더십도 재평가 받을 분위기다.
관건은 역시 경험이다. 김진 감독도 지적했듯, 선수들이 아직 젊다보니 경기력에서 다소 기복을 드러내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오리온스전에서도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막판 어이없는 실책으로 인해 불필요한 연장전까지 치렀다. 젊은 팀의 강점은 치고 올라올 때는 거칠 것이 없지만 안 풀릴 때는 의외로 허무하게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김종규와 김시래의 성장은 그래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김종규는 오리온스전에서 무리한 의욕으로 5반칙 퇴장당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김시래 역시 조급한 플레이를 펼치다가 실책을 남발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고 가야 했다.
대학 때와는 전혀 다른 프로의 템포에 적응 중인 김종규는 아직 슈팅 타이밍이나 파울관리, 동료들을 활용하는 능력에서 기복을 보이고 있다. 하승진, 오세근, 김주성 등 프로 입단과 동시에 첫해부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선배들의 아성을 이을 수 있느냐는 올 시즌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달렸다. 지난 시즌 모비스에서 우승경험을 거머쥔 김시래 역시 LG에서는 좀 더 안정감 있는 리딩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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