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불일치’ 벵거 감독…선두 아스날이 곪아간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3.12.15 10:53  수정 2013.12.16 14:30

"맨시티전 공세 취할 것" 현실은 수비 위주 '대패'

선수 운용에서도 인터뷰와 달리 주전 선수만 고집

벵거 감독의 고집스러운 선수운용으로 아스날이 지치고 있다. ⓒ 데일리안 스포츠

아스날 아르센 벵거 감독(64)은 자타공인 학구파 명장이다.

모든 경기를 기록해 수치와 통계, 확률로 전술을 짜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객관적 기록에 집착하다 보니 주관적이고 모험심 넘치는 ‘직관’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14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2013-14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3-6패)가 대표적 예다. '기록’에 의존하다 보니 최근 지친 기색이 역력한 올리비에 지루(15경기 7골 4도움)와 애런 램지(16경기 8골 6도움)를 무리하게 출격시켰고, ‘무승부 확률’에 베팅하다 보니 아스날 특유의 색깔마저 잃었다.

벵거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서 “맨시티에 승점 6 앞서있다. 이기면 9점 차가 된다. 공격 또 공격, 물러서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수비에 집중한 소심한 전략을 펼쳤다. 결국 실질적 목표는 승점 3이 아닌 무승부를 노린 셈이었다.

선발운용에서도 모호한 점이 많았다. 공세적이고 창의적인 미드필더 미켈 아르테타를 빼는 대신 램지-윌셔-외질-플라미니-윌콧으로 허리진을 구성했다. 기동력을 갖춘 멀티자원들에게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지시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움츠러든 아스날은 맨시티가 바라던 바였다. 맨시티는 극단적 수비를 펼치는 상대를 제대로 상대할 줄 아는 팀이다. 정교한 볼 컨트롤러 실바와 나스리를 앞세워 아스날을 두들겼다. 그 결과 아게로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네그레도, 페르난지뉴, 실바, 투레 등이 골 맛을 6골을 퍼부었다.

아스날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나 기록에 의존한 벵거 감독의 전술이었다.

올 시즌 16게임 중 15경기에 출장한 지루는 휴식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체력이 떨어져 5경기째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특히 지난 15라운드 에버튼(1-1무)전에서는 양질의 패스를 공급받고도 골 찬스를 모두 허공에 날려 보냈다.

그럼에도 벵거 감독은 객관적 기록을 바탕으로 지루를 선발 출격시켰다. 그러나 피로가 누적된 지루는 맨시티전에서도 결정적 기회를 무산시켰다. 최근 헐시티전서 2골을 몰아친 니클라스 벤트너를 넣었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벤트너 기용에 대한 문제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벵거 감독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리그는 마라톤과 같고 중간 순위 1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 전 포지션에 걸쳐 로테이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벤트너 기용 여부에 대해서는 “10년 전부터 그를 신뢰했다. 믿음직한 공격수다. 12월 활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벵거 감독은 여전히 지루만을 신뢰하고 있다. 벤트너는 이번 맨시티전에서 2-4로 뒤진 후반 중반에야 그라운드를 밟았을 뿐이다.

램지에 대한 집착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벵거 감독은 “16경기 8골-6도움을 기록한 램지 덕분에 아스날이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그는 지쳤다. 휴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램지는 쉬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맨시티전에서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벵거 감독의 언행불일치로 상처받은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모로코 국가대표 마루앙 샤막(크리스탈 이적)은 아프리카 주술사 힘을 빌려 아스날을 증오했고, 주전경쟁서 밀린 가나 출신 프림퐁은 트위터를 통해 “내가 ‘백인’이었으면 좋겠다”고 글을 남긴 바 있다.

벤트너 또한 자국 덴마크 언론을 통해 “16살 때 아스날에 왔지만 벵거 감독은 나를 희망고문 하듯 가지고 놀았다. 이적을 가로막으면서도 경기엔 출장시키지 않는다. 도대체 그의 의중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아스날서 가장 부당한 대우를 받는 박주영은 아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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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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