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다르빗슈 '철저한 동업자' 한일 스포츠 새 역사
추신수 치고 나가고 다르빗슈 유 던지고 막고
한솥밥 먹으며 우승 없는 텍사스서 WS반지 도전
추신수(31)가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늘 경쟁 상대이고 라이벌 관계만 있었던 한일 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됐다.
2013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추신수가 지난 22일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의 특급 계약을 체결,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최고액 FA 계약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동시에 일본 출신 에이스 다르빗슈 유(27)와 같은 팀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공동 목표에 힘을 합치게 됐다.
한국 또는 일본서 한솥밥을 먹는 경우가 아닌, 미국이나 유럽 같은 제3국에서 활동하는 경우 한국과 일본 선수는 줄곧 경쟁 상대였고 라이벌이었다. 김연아나 아사다 마오의 경우처럼 개인 스포츠는 물론 단체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였다.
단체 스포츠가 개인 스포츠보다 경쟁이 더 뜨거웠으면 뜨거웠지 못하진 않았다. 다른 팀에서 적으로 만나는 경우는 물론 같은 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은 팀에서 뛰는 경우에는 줄곧 포지션 경쟁이 화두가 됐다.
한때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함께 뛰었던 스즈키 이치로와 추신수도 마찬가지였다. 이치로가 자신의 포지션인 우익수에서 결코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 추신수는 설 자리를 잃었고 결국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됐다. 박찬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LA 다저스의 유니폼을 먼저 입은 것은 박찬호였지만 이듬해 건너온 노모 히데오에 밀려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물론 박찬호와 노모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박찬호가 다시 메이저리그로 올라온 뒤 노모와 좋은 동료가 됐고 노모가 달성한 기록은 박찬호의 목표가 됐다. 노모가 세웠던 아시아 선수 최다승 기록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한 것 역시 이런 좋은 동료이자 경쟁 관계가 작용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와 노모 사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두산에서 LG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선우와 오카 도모카즈도 그런 관계였다. 같은 팀에서 뛴 둘은 실력은 엇비슷했지만 언제나 오카가 한 발 앞서 있었다.
공교롭게도 가가와 신지가 이적해오면서 박지성이 팀을 떠나면서 엇갈리긴 했지만 박지성과 가가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같이 뛰었더라면 둘은 경쟁 관계가 됐을 수도 있다. 박지성과 가가와의 포지션이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둘을 적절하게 기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로테이션 원칙을 적용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포지션 경쟁 관계가 됐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철저한 동업자다. 추신수가 부진하다고 해서 다르빗슈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포지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다르빗슈는 투수라는 특정 포지션에 있으면서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고 추신수는 리드오프로서 텍사스의 타선을 책임진다. 추신수가 치고 나가고 잘 잡아주고 다르빗슈가 잘 던지고 잘 막아서 승리투수가 되는 철저한 상부상조의 관계다. 한일 스포츠 역사에서 이러한 적은 극히 드물다.
그만큼 이제 다르빗슈 역시 한국 야구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을 등에 업게 됐다. 일본 팬 역시 추신수가 잘 치고 잘 잡아내는 모습에 환호할 것이다. 추신수가 잘 치고 잘 잡아내면 다르빗슈가 승리투수가 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고 다르빗슈가 잘 던지면 역시 추신수의 활약이 돋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또 여태껏 우승 경력이 단 한 차례도 없는 텍사스가 월드시리즈 반지라도 끼게 된다면 한국과 일본 야구팬 모두 환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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