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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증세? 원칙 안깨고도 공약 이행 동력 얻었다


입력 2013.12.31 17:21 수정 2013.12.31 17:31        김지영 기자

청와대 측 “국회 합의 존중…공약파기로 보는 건 무리”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31일 오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득세법 개정안 등 그동안 새누리당과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부자증세 관련 법안을 본회의에 수정안으로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과세표준(과표) 1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인상하고,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기존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첫 부자증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걸었던 박근혜정부가 공약을 파기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연평균 법인세 2970억원 추가부담

여야는 지난 30일 과표 1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현행 16%에서 17%로 인상키로 합의했다. 최저한세율은 각종 감면혜택으로 세금이 감면되더라도 반드시 내야 하는 세율의 최소한도다. 최저한세율은 지난해 말 14%에서 16%로 2%p 인상된 데 이어 1년 만에 또 다시 1%p 인상됐다.

이에 따라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다. 지난해 기준 이들 기업의 실효세율은 각각 16.3%, 15.8% 수준으로 이번 조치에 따라 연간 수백억원의 법인세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현행 최고 법인세율은 22%지만, 기업들은 각종 혜택을 받아 이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아왔다.

이번 최저한세율 인상으로 법인세를 초과 납부해야 할 기업은 17곳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들은 향후 5년간 연평균 2970억원 가량의 세금을 추가 납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당 내에서도 이혜훈 최고위원 등은 부자증세는 반대하면서도 법인세 인상에 대해선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각종 감면혜택을 고려한 실효세율은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 10% 가량 낮다는 이유였다.

아울러 내년부터 소득세 최고 세율(38%)을 적용받는 과표 구간도 기존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하향 조정된다. 이에 따라 과표 1억5000억원에서 3억원 사이 연봉자는 최대 450만원의 소득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과표 1억5000만원이 되려면 실제 연봉으로 1억7000만~1억8000만원을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3억원 연봉자는 기존 35%의 소득세율을 적용받았지만, 앞으로는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분 1억5000만원에 대해 38%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마찬가지로 2억원 연봉자는 초과분인 5000만원에 대해 최고세율을 적용받는다. 여기에 실제 세금을 납부할 때는 지방소득세 10%가 가산된다.

최고세율 구간 조정으로 추가 확보되는 예산은 연간 4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8월 정부가 세금 추가 납부 연소득 하한선을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발생한 손실분 4400억원을 만회하고도 남는 수치다.

청와대 “국회 합의 존중…공약파기로 보는 건 무리”

이번 세법 개정은 전적으로 여야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여당이 내놓은 양도세 중과 폐지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민주당이 부자증세를 들고 나온 것이다. 결과적으론 여야가 한 걸음씩 양보해 이들 모두를 개정안에 담는 ‘빅딜’을 성사했다. 이 과정에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2017년까지 5년간 104개 공약사업에 134조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공약가계부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세입 50조7000억원을 확충하고, 세출 84조1000억원을 절감한다는 것이 당초 정부의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비과세·세금 감면 축소·폐기를 통한 18조원 등 간접적 증세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를 비롯한 세수 확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증세 요구가 터져나왔고, 이때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증세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22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신들이 법과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민생을 말하는 것이 공허한 것처럼, 할 도리를 다 하지 않고 증세 얘기부터 꺼내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도 도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도 수차례 세율 인상과 세목 확대를 수반하는 명목적 증세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 합의에 따라 세율이 조정되는 실질적·명목적 증세가 이뤄졌고, 이 때문에 재계를 비롯해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라는 원칙을 파기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측은 법안을 국회가 처리하는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을 정부의 공약 파기로 몰고 가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세법 개정은 전적으로 여야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 여당의 입장에서는 야당을 설득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고, 정부의 국정과제를 이행해야 하니 야당의 요구를 무조건 묵살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는 여야간 논의한 사안이고, 법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라는 원칙을 아직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결과가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여야 합의를 존중하는 것이 청와대와 정부가 할 일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정부가 원칙은 깨지 않으면서 향후 박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추진동력을 얻게 됐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한편, 재계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기업의 부담이 늘고, 투자활동이 저해될 수 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규제 완화와 투자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내건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조치가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제약하고, 국내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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