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접전' 오리온스, 잠재력·현주소 동시에 나타났다
우승후보 SK와 3차 연장 접전 끝에 패
잠재력 무궁무진..결정적 순간 경험부족 아쉬워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 막바지 최대화두는 고양 오리온스 연승행진이다.
시즌 중반까지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오리온스는 1월 이후 눈부신 상승세를 그리며 8연승을 질주했다. 이중에는 올 시즌 '빅3'로 불리는 울산 모비스전 대승도 있다. 순위도 7위에서 단숨에 4위까지 도약했다.
11일 잠실학생체육관서 열린 SK전은 오리온스에 의미 있는 경기였다. SK를 잡으면 라운드 전승행진은 물론 시즌 첫 SK전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특히, 올 시즌 SK와는 악연이 있다. 오심과 헐리우드 액션 논란 등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만날 때마다 팽팽한 긴장감은 연출했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승리는 SK. 3차 연장까지 치르는 난타전 끝에 SK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마무리됐지만, 오리온스는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으로 최근의 연승행진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오리온스로서는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한판이었다.
우승후보이자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SK를 4쿼터 막판까지 50점대로 틀어막으며 경기를 주도했다. 시즌 내내 온갖 시행착오를 딛고 추일승 감독이 완성한 포워드 농구는 위협적이었다. 상무에서 제대한 허일영은 이날 7개 3점슛 포함한 자신의 최다득점(31)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쉬운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4쿼터와 1,2차 연장 모두 오리온스는 마침표를 찍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고비마다 어이없는 수비실책, 자유투 실패 등이 발목을 잡았다. 전체적으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던 포인트가드 이현민의 막판 집중력 저하도 아쉬웠다.
승부처에서 빛을 발한 김선형-애런 헤인즈의 활약과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심리적 압박이 큰 경기에서 많이 이겨본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꺼번에 터질 때의 폭발력은 무섭지만, 정작 필요할 때 확률 높은 득점을 올릴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비록 라운드 전승과 SK 징크스를 깨지 못했지만, 오리온스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경기력은 향후 빅3(모비스/LG/SK)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 승부처에서의 세기와 완급조절만 보완한다면 플레이오프에서는 충분히 상위권팀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스는 당장 3차 연장의 패배로 인한 체력고갈과 정신적 후유증을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13일에는 또 다른 우승후보 LG를 만나야하고, 다시 15일에는 KCC와 맞붙는 ‘퐁당퐁당’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 주인 19일에는 SK와 올 시즌 6라운드 마지막 대결이자 일주일만의 리턴매치가 벌어진다.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은 SK를 상대로 홈에서 올 시즌 전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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