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서명운동 폭발적 '퍼주기' 뒤집기 가능성은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입력 2014.02.22 00:00  수정 2014.02.23 00:57

즉각 제소 안 한 상황에서 판정 부당성 입증도 쉽지 않아

‘연아야 고마워’ 넘어 불공정 잣대에 대한 저항 돋보여

김연아에게 카타리나 비트 이후 26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여자 피겨 싱글 올림픽 2연패 위업을 기대했지만 ‘퍼주기 논란’ 속 안타깝게 실패했다. ⓒ 연합뉴스

분노에 찬 국내 피겨팬들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친 '피겨퀸' 김연아(24)를 위한 재심사 청원 서명운동을 비롯해 국제올림픽위원회(ICO) 항의 등 정식 불복 절차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9.69점과 예술점수(PCS) 74.50점을 받아 144.19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을 받은 김연아는 총점 219.11점을 기록,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러시아)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카타리나 비트(49·독일) 이후 26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여자 피겨 싱글 올림픽 2연패 위업을 기대했지만, ‘퍼주기 논란’ 속 안타깝게 실패했다. 클린 연기를 뽐낸 김연아와 달리 소트니코바는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범했음에도 149.59점으로 합계 224.59점을 받아 논란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가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세운 세계신기록(228.56점)에 근접한 점수를 받은 소트니코바는 A급 국제대회 우승 경험 한 번 없이 단 번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획득했다. '제2의 사라휴즈'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세운 개인 최고점 202.36점을 무려 20점 이상 경신한 소트니코바는 이날 개인 최고의 연기를 펼치긴 했지만, 러시아 홈 그라운드 특혜를 지나치게 많이 받았다는 의혹의 시선은 피하지 못했다. 무결점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12.2점의 가산점을 얻는데 그친 반면, 소트니코바는 불안정한 연기에도 14.11이라는 두둑한 가산점을 챙겼기 때문이다.

‘퍼주기 논란’ 속에 김연아에게 유독 박했던 원인은 무엇일까.

김연아가 여자 싱글 금메달을 가져갔을 경우, 피겨계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유럽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하뉴 유즈르(일본)가 남자 싱글 금메달을 가져갔기 때문에 변방이라고 여겨지는 아시아에 남녀 싱글 금메달을 모두 내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흐름과 이번 동계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져 나타난 현상이라는 진단도 있다.

어찌됐든 경기를 지켜본 대부분의 전문가와 외신들도 김연아의 점수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살아있는 피겨전설’ 카타리나 비트를 비롯해 외신들 역시 '스캔들'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판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국내 피겨팬들은 21일 인터넷 청원 사이트를 통해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심판 판정에 대한 조사와 재심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벌써 150만 명이 참여할 정도로 폭발력이 가공할 만하다.

과연 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선수 측이 지난 경기 결과를 뒤집으려면 판정의 부당성이 심각해야 하고 이의 제기 자체도 신속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즉시 이의를 제기한 가운데 상당한 잘못을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IOC가 대변인을 통해 밝힌 입장처럼 판정시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서는 국제빙상연맹(ISU)을 통한 공식 항의가 필요하다. 그런 절차를 밟지 않는 이상 IOC가 관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식 불복 절차를 위해선 당사자 김연아나 대한빙상연맹이 직접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김연아는 “점수는 심판이 주는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미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절차를 밟는 작업에 착수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대한빙상연맹이 직접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제소 움직임에 소극적인 데다 절차에 들어간다 해도 판정의 부당성을 입증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나름의 기준은 있지만 심판의 재량 아래 부여하는 ‘가산점’이기 때문이다. 결국, 신속하게 즉각 대처해 움직여도 쉽지 않은 싸움인데 절차를 밟아야 할 주체들의 의지와 생각은 서명운동을 펼치는 피겨팬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안톤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 때문에 억울하게 실격 판정을 받은 김동성 사례에서도 번복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동성은 즉시 이의를 제기하고서 국제빙상연맹과 국제올림픽위원회 항의서를 제출하고 스포츠 중재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다방면으로 총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빼앗긴 금메달은 가져오지 못했다.

물론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 수차례 실수를 저지르고도 러시아 선수가 캐나다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후 판정 시비가 일어 공동 금메달로 바뀐 경우도 있다. 이 부분을 피겨팬들은 주목하고 있다.

당시 IOC가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프랑스 심판이 "러시아 선수에 유리하게 채점하라는 프랑스빙상연맹의 압력이 있었다"는 폭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지금 상황에서는 누군가의 폭로와 같은 깜짝 변수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다.

하지만 국내 피겨팬들은 “설령 바뀌지 않는다 해도 해야 한다. (서명운동 등)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를 단지 “연아야 고마워”를 외치는 김연아 팬들의 분노로만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불공정한 잣대에 치를 떨며 비정상을 바로잡아 보겠다는 강력한 의지, 그리고 건강한 도전과 열정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이들의 인식과 목소리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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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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