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또 전멸?’ 첼시, 마지막 자존심 지킬까
맨유·아스날·맨시티, UCL 1차전서 나란히 0-2 침몰
첼시, 27일 갈라타사라이와 맞대결..반격 기대
한때 세계 최고의 리그를 자랑하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유럽 최강자를 가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멸할 위기에 몰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아스날, 첼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등은 최근 챔피언스리그 단골손님들이자 강력한 전력을 바탕으로 우승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첼시를 제외한 나머지 세 팀들이 모두 졸전을 펼치며 탈락위기에 놓였다.
맨시티와 아스날은 16강 1차전을 홈에서 치렀지만 나란히 0-2로 패했다. 상대가 비록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FC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임을 고려하면 이변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홈에서 1골도 만회하지 못하고 완패한 것은 EPL의 강호로서 체면을 구겼다.
맨유도 그리스 원정에서 올림피아코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0-2로 무너졌다. 운명의 장난처럼 세 팀이 모두 1차전에서 동일한 스코어로 무너진 것이다. 세계적인 공격수와 미드필더를 대거 보유한 EPL 팀들이 이번 16강에서 아직 1골도 기록하지 못하는 빈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도 이변이다.
맨유의 충격은 라이벌인 맨시티나 아스날보다 훨씬 더 크다. 원정경기였지만 상대가 16강 진출팀 중 그나마 약체로 분류되던 올림피아코스인 데다 맨유는 이전까지 올림피아코스 및 그리스 팀들과의 원정경기에서 한 차례도 패한 일이 없었다. 자국리그에서의 부진에도 챔피언스리그에서만큼은 맨유의 압도적인 우위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예상은 또 빗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첼시다. EPL의 마지막 자존심 첼시는 지난 2012년 챔피언스리그, 2013년 유로파컵을 잇달아 제패하며 최근 EPL 구단 중 유럽클럽대항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냈다.
단기전의 제왕으로 불리는 조제 무리뉴가 사령탑으로 귀환했다는 것도 눈에 띈다. 무리뉴는 포르투와 인터밀란을 통해 두 번이나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까지 레알 마드리드를 3년 연속 4강으로 이끈바 있다. 첼시 1기(2004~2007년) 당시 리그와 컵대회를 제패하고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첼시는 27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각) 갈라타사라이와 16강 1차전을 치른다. 부담스러운 터키 원정이고 갈라타사라이의 전력이 만만치 않지만 첼시의 전력이면 넘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무리뉴 감독의 애제자이자 첼시의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인 디디에 드로그바가 현재 갈라타사라이에서 활약하며 적으로 조우하게 됐다는 것도 기묘한 인연이다.
만첼시마저 무너진다면 EPL은 2년 연속 16강에서 전멸하는 불명예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EPL은 지난 시즌에도 맨시티와 첼시가 조별리그에서 조기 탈락했고, 아스날과 맨유가 16강에서 무너지며 체면을 구긴 바 있다. 마지막 자존심 첼시가 EPL의 반격을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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