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민주당 비비꼬기에 좌초 위기
지방은행 분할, 두 달 연기 유력 "국회 일정상 신속 분할 이뤄질 수 있는 시기 5월"
우리금융그룹(회장 이순우) 민영화 열차가 멈춰섰다. 여야간 정쟁(政爭)속에 지방은행의 매각이 안갯속에 휩싸이면서 민영화 속도를 내지 못한채 우리금융은 국회만 바라보는 형국이 돼 버렸다.
야당측이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사장' 사퇴 카드를 꺼내든 후 조세특례법 통과를 위한 조세소위원회를 보이콧하면서 파행을 맞게 됐다. 결국 조세특례법 개정안 처리는 4월로 넘어갔다.
4월로 미뤄진 조세특례법 개정안 처리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 6월 지방선거에 혈안이 된 정치권이 이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군다나 지방선거 이후 8월에서나 조세특례법 법을 다루더라도 인수합병(M&A)시장에서 기다려 줄리 만무하다. 매각 속도가 늦어질수록 매수자 반발 등으로 매각 자체가 불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지방은행 분할이 두달 지연되면 우리금융 민영화의 핵심인 우리은행 매각 작업도 그만큼 지연 된다. 조세특례법이 올 4월 국회로 넘어가면서 올해 우리금융 민영화는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10년 이상 지체되면서 세번의 고배를 마실때 마다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작업에 날선 여론의 공격이 빗발쳤다.
새 정부들어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취임 일성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면서 우리금융 민영화 속도가 불붙는 듯 했지만 총체적인 난맥상에 부딪쳤다.
그렇다고 조특법 개정없이 지방은행 분할을 추진하자니 6500억원의 세금폭탄을 맞게돼 스스로 우리금융 매각 '3대 원칙'을 저버리게 되는 꼴이 된다. 반대로 조특법 개정을 기다리다가는 준비된 민영화 계획마저 차질을 빚게 돼 속앓이만 끓고 있다.
올해 우리금융 '새주인 찾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금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 운영 행태가 도마위에 오르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는 준비했던 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국회 기재위에서 처리하는 과정과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 봐야한다"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매각 '3대 원칙'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신속한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 등을 내세운바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우리금융은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는 전제 아래 다음달 1일 지방은행의 인적분할 작업을 마무리하고 지방은행 민영화를 마무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과거 SNS행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야당측의 반발에 기재위가 파행을 걸으면서 조특법 개정안 통과는 4월로 미뤄지게 됐다.
이날 국회 기재위 소속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조세특례법 통과를 위한 조세소위원회는 오늘 열리지 않게 됐으며 조특법 통과는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면서 "기재위 전체회의는 열지 못하더라도 소위만 열 예정이었지만 조특법을 통과여부는 4월을 바라보게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은 안홍철 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기재위 전체회의를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안 사장 거취에 따라 기재위 회의 개최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조세특례법 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행태를 꼬집었다.
나 부의장은 "민주당이 기재위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민생을 저버리고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우리은행 분리매각을 위한 조세 감면을 내용으로 하는 조특법 처리는 지난 10년 동안 미뤄온 공적자금 회수와 우리은행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은 느닷없이 고개를 내민'안홍철'이라는 변수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지방은행 인적분할 일정을 미룰지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지방은행 분할 일정을 5월로 미루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사회를 오후 3시에 열기로 한 것도 '혹시나' 기재위 회의가 열릴 가능성을 지켜본 후 지방은행 분할을 예정대로 갈지, 연기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은행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고 JB금융지주가 우리금융민영화 관련 광주은행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지방은행 민영화 작업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안홍철'이라는 돌발변수와 조특법 개정안을 연루시키면 곤란하다는 게 우리금융의 입장이다.
특히 우리금융 측은 조특법 개정 없이 분할을 추진하면 소액주주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6500억 원의 '세금'을 맞으면서 분할을 추진하면 우리금융의 주가가 하락하고 이 때문에 개인의 이익 자체를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세금폭탄을 맞으면서까지 지방은행 분할은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개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우리금융 이사들에게 손해배상이 청구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조특법 개정 없이는 분할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5월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사회는 분할 철회를 결정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13년이 걸렸는데, 이렇게 오랜기간동안 공적자금이 회수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4월 국회에선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돼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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