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공습에 '곡소리' 중소기업 사는 길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4.03.01 09:55  수정 2014.03.01 10:27

<전문가 기고>적극적 혁신 의지 필요한 시점…글로벌 역량 강화해야

곽동철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곽동철 연구위원
지난 2013년 5월 10일,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우려할만한 수준의 상황이 벌어졌다. 엔·달러 환율이 101엔을 기록한 것. 10개월만에 무려 24%나 급락한 것이다. 엔화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원화는 반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우리 수출중소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2년 사이에 두 배의 통화 확대

"일본의 새로운 경기부양책에 공감하면서 디플레이션을 없애려는 노력을 지지한다."
"일본의 엔저 정책은 정당하다."

지난 2013년 4월과 5월, 미국 벤 버냉키 FRB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는 일본의 엔저 정책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이후 일본은 통화 공급량을 불과 2년 사이에 두배로 늘리는 적극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실행했다.

상황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일본은 2014년까지 본원통화를 GDP의 53% 수준인 270조 엔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과연 무모할 정도로 양적 확대 조치를 취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를 지적할 수 있다. 2011년 3월 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의 무역수지는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왔다. 특히 2014년 1월에는 2조7899억 엔이라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 일본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자리잡았다.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이 취한 방법이 바로 엔저 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다.

엔저 공습, 우리나라에는 직격탄으로

"도대체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일본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니 바이어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습니다."

일본에 금속가공품을 수출하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의 하소연이다. 여러 기업 담당자들의 고민처럼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전선이 급격한 혼란을 겪고 있다. 아직까지 전체적인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지지 않고 있으나 일본으로의 수출은 연일 하락세다.

일본이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한 직후인 2013년 3월 총 수출은 전년동월에 비해 0.2% 증가한 474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2013년 1.4분기 대일본 수출 실적을 보면 철강은 25%, 기계는 24%, 전기전자는 19%, 농림수산은 1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일본과 치열하게 경합중인 품목의 수출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 100대 품목 중 절반 정도가 일본의 상위 100대 품목과 중복됩니다. 이 중복되는 품목이 우리나라 총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자동차․철강의 경우 2013년 1.4분기 이후 일본의 수출은 개선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깊은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주요 연구기관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수출은 연간 1.8∼4.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야말로 '아베노믹스'가 우리나라를 무차별 공습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지난해 평택항에서 144만6천177대의 수출입 자동차를 처리해 국내 항만 가운데 4년 연속 자동차 처리 물동량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자동차.ⓒ연합뉴스

'엔저 쇼크'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선

"우리 같은 경우는 엔저 덕분에 아주 좋아졌습니다.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 완제품을 수출하는데 가격경쟁력이 더 높아졌습니다."

"우리는 엔화 대출을 한 상태였는데, 환차익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아베노믹스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부정적인 요인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기계·자동차·철강과 같은 경합 품목의 경우 수출경쟁력 약화, 채산성 악화 등은 필연적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가격경쟁력 회복을 위해 중소기업에 불공정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중소기업은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은행이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비록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우리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대출 연체가 많아지고 해당 업종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금융시장의 부실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아베노믹스,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엔저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다음과 같은 공통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미국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 양적 완화를 계속 축소할 것입니다. 반면 일본은 소비세 인상 등으로 경기회복세가 둔화될 것을 우려, 오히려 양적 완화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커지면 엔화약세 현상은 더 거세질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상과는 달리 엔화 약세가 수입물가 상승을 유도, 2013년 무역적자는 2012년보다 오히려 67%나 커진 11조5000억 엔을 기록했다. 구매력평가(PPP) 환율상 추가상승 여력이 있다는 사실도 엔화 약세를 전망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다.

주요 기관들은 여러 이유를 고려한 결과 엔·달러 환율을 111엔까지 전망하고 있다. 가히 '엔화 쇼크'가 끝도 없이 펼쳐진 형국이다.

위기를 기회로, 도전을 도약으로

지난 1월, 무역협회는 우리나라 수출중소기업들의 실태조사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대일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7%가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충격적인 결과임에 분명하다. 엔화 약세가 이처럼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중소기업과 금융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과거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5년 이후 약 28.5년(85년 1월∼2013년 4월)의 자료를 살펴보면 월 평균 엔·달러 환율이 100엔 미만이었던 경우는 5.6년에 불과하다. 102.3엔의 환율은 과거 추이와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는 아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엔화 약세 속도가 가파른 것이 문제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즉각적인 대응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과도한 금리인하, 외환보유고 축소 등 단기적인 안정화 대책보다는 체계적으로 추진해온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엔화강세 시절 일본의 기업들은 원화절감 노력만으로는 엔화 강세를 이길 수 없다고 보고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요타와 캐논은 생산혁신 달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고, 후지필름은'온리원+넘버원(Only1+No.1) 기업'의 기치를 내걸고 핵심기술개발, 다각화, 글로벌 역량 강화를 추구했다.

특히 수출 감소가 큰 일반기계, 석유화학, 전자부품, 철강 등의 업종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이 절실할 것이다.

'엔저 쇼크의 시대', 많은 이들이 말하듯 '위기는 곧 기회의 시간'이다. 위기를 기회로, 도전을 도약의 계기로 삼으려면 소극적인 대응으로는 불가능하다. 보다 적극적인 혁신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아울러 우리 중소기업 스스로의 분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글/곽동철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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