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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건재, 서운한 벵거·고마운 홍명보


입력 2014.03.07 15:19 수정 2014.03.07 17:06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벵거, 병적인 주전 의존도에 벤치 멤버 썩혀

홍명보, 벤트너 쓰는 덴마크 올센 감독 연상

벵거 감독의 편협한 선수기용에 ‘상처 받은 영혼’이 한둘이 아니다. ⓒ 연합뉴스

아스날 아르센 벵거 감독(65·프랑스)에게 아쉬운 점은 '선발 11명'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아스날 현지 서포터는 물론 영국 언론, 평론가들마저 이구동성으로 “벵거 감독의 ‘로테이션 결핍’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직설적으로 벵거 감독이 절대 신뢰하는 ‘제1선발’ 올리비에 지루(28·프랑스)는 ‘철인 3종’ 선수가 아니다. 지루는 7일 기준, 프리미어리그 28경기 중 무려 26경기(2244분)을 소화했다. 체력은 방전됐고 최근 게임에서는 집중력도 흐트러졌다.

피로누적이 역력한데 벵거 감독은 지루 대신 니클라스 벤트너(26·덴마크)를 쓸 생각이 없다. 벤트너는 올 시즌 고작 9경기 156분 출전에 그쳤다. 아스날은 지루 외에도 외질(22경기), 윌셔(23경기), 카솔라(22경기), 메르테자커(26경기), 사냐(25경기), 램지(18경기) 등이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대체 자원이 없는 것일까. 선발만 고집한 벵거 탓에 아스날 후보들은 심란한 나날 속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또 벵거가 이끄는 아스날은 이적시장에서 돈을 안 쓰기로 유명한 '자린고비'이기도 하다.

그런 탓일까. 초반 반짝했던 아스날은 9시즌 무관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리그 초반 1위를 질주하던 아스날은 지난 2일 스토크시티에 덜미(0-1패)를 잡혀 3위(승점59)로 추락했다. 1위 첼시(63)와 4점차로 벌어졌다. 4위 맨체스터 시티가 2경기 덜 치르고도 57을 유지, 3위 아스날은 한 계단 더 내려갈 위험에 처했다.

벵거는 체념한 듯 스토크시티전 직후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1위 탈환이 어렵게 됐다”고 쓴맛을 다셨다. '자업자득'임을 아스날 수뇌부는 알고 있을까. 무엇보다 벵거는 ‘차선책 카드’가 부족하다. 중요 자원을 벤치에 썩히다 보니 정작 필요할 때 활용하지 못한다.

벵거의 편협한 선수기용 탓에 벤트너는 ‘덴마크 박주영’ 처지가 됐다. 아스날에서 버림받자 언론은 벤트너의 재능에 의심을 품는 보도를 쏟아냈다. 자연스럽게 벤트너에 대한 팬들의 시선도 부정적으로 변했다. 결국, 벤트너는 속상했는지 최근 인터뷰에서 “왜곡된 보도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본다”고 서운한 감정을 토해냈다.

벤트너 탓이 아니다. 아스날 탓이다. 벤트너는 최근 “몸 상태는 완벽하다. 훈련도 빈틈없이 소화한다. 아스날에서 출전하지 못한 이유는 내 문제가 아닌, 벵거 감독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벤트너는 지난해에도 “16살 아스날에 왔지만 벵거 감독은 나를 가지고 놀았다. 이적을 가로막으면서도 출장시키지 않는다. 도대체 의중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벵거 감독의 편협한 선수기용에 ‘상처 받은 영혼’이 한둘이 아니다. 아르샤빈, 샤막, 프림퐁, 미야이치 료, 최근엔 포돌스키마저 벵거 감독의 고집불통 ‘선발진 의존’에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했다.

벤트너에게 불행 중 다행이라면 아스날과 달리, 덴마크에는 훌륭한 스승이 있다는 사실이다. 14년째 장기 집권중인 덴마크 국가대표팀 모르텐 올센 감독(65)이다.

올센 감독은 “벤트너 재능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6일 열린 잉글랜드와의 원정 평가전에 호출했다. 이날 벤트너는 선발로 출전해 잉글랜드 문전을 수차례 위협했다. 가벼운 발놀림, 절정의 컨디션을 뽐냈다. 결국, 아스날 벵거 감독이 틀렸고 덴마크 올센 감독이 옳았다는 인상이 짙다.

벤트너를 신뢰한 올센 감독처럼 박주영에게도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바로 한국 대표팀 홍명보 감독(45)이다. 박주영(28·왓포드)은 지난 6일 그리스 원정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실전감각이 부족함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결승골 장면은 AS모나코 시절 득점 방식을 그대로 보여줬다. 2선에서 호시탐탐 노리다 기회를 포착하면 순식간에 1선 배후로 침투해 그물을 갈랐다. 상대 오프사이드 전략을 부수는 영리함과 '원샷원킬'이 빛났다.

‘로테이션 거장’ 히딩크의 가르침을 받은 홍명보 감독은 차선책을 가지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이 대표적이다. 한국영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홍명보 감독은 박종우를 선발로 내세웠다. 박종우는 각종 평가전에서 꾸준히 출전한 덕분에 1군 선수들 조직에 금세 녹아들었다. 박종우는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리그는 마라톤과 같다. 전 포지션에 걸쳐 로테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벵거는 9년째 언행불일치 오명을 뒤집어썼다. 벵거 때문에 아스날도 허우대만 멀쩡할 뿐, 속은 곪아터진 ‘약골’이 됐다.

주전과 후보를 나누지 않고 ‘하나의 팀’으로 성장시키는 홍명보 감독에게 고맙고, 박주영 벤트너·이나모토 준이치 등 수많은 아스날 후보군의 가슴을 태운 벵거 감독에게 서운한 감정을 토하는 이유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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