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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의 맥도날드' 이케아, 출발부터 '삐걱'


입력 2014.03.13 15:30 수정 2014.03.13 17:15        김영진 기자

<기자의눈>이케아 방식 그대로 고수…한국시장에 대한 현지화 노력 있어야

이케아코리아가 지난 12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한 이케아 스토리룸 '헤이 홈!'. ⓒ이케아코리아
'가구의 맥도날드' 이케아가 올해 말 국내 본격 진출에 앞서 지난 12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헤이 홈! (Hej HOME!)'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들과 공식적으로 첫 만남을 가진다는 기대감에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보다 일찍 도착해 밖에서 기다린 기자들도 여럿 있었다. 소문만 무성했고 그 실체가 궁금했던 기자들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여러 급한 취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로수길까지 찾아간 것이다.

11시 문이 열리고 입장을 하자 노란 옷을 입은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들이 반갑게 '헤이'라고 기자들을 맞았다. '헤이(Hej)'는 스웨덴어로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노란 옷을 입은 10여명의 이케아코리아 직원들은 가슴 한편에 영어 이름표를 달고 있었고, 한국말도 잘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분명 외모는 한국 사람처럼 보였는데 행동이나 말투는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들이 이케아 본사에서 파견돼온 직원들인 줄 알고 국적이 어디인지 물어볼 정도였다. 그런데 국적은 한국이라고 했다.

심지어 이들은 기자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 명함을 건넸으나, 자신들은 명함을 잘 교환하지 않으며 오늘은 이케아를 소개하는 날이기 때문에 명함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의례적 답변만 늘어놨다.

힘들게 찾아간 행사장에서 관계자들의 명함하나 얻어오지 못한 꼴이 된 것이다.

산업부 김영진 기자
이케아코리아측은 이케아가 스웨덴에서 온 브랜드이며 이케아의 기능성, 디자인, 친환경성 등을 알리기 바빴고 스웨덴의 커피문화인 '피카(Fika)' 등 스웨덴 문화를 알리는데 더 치중했다.

하지만 향후 한국 시장에서의 목표, 마케팅 전략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케아는 가구회사가 아닌 홈퍼니싱 기업이며 리빙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한국인들의 생활환경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는 두리뭉실한 답변만 늘어놨다.

이케아가 스웨덴 브랜드인걸 알지만 어디서 주로 만들어지냐에 대해서도 "이케아는 전 세계에서 두루 생산하며 'Made in XX'로 표시되지 않고 'Design and Quality,IKEA of Sweden'으로 표시된다"고 말할 뿐 이었다. 결국 한국에 들어오는 이케아 제품의 원산지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기자들의 질의에 성의 있는 답변 대신 그들의 기업 문화 및 스웨덴 문화를 즐기고만 가라는 것이다.

특히 그들은 이케아의 한국 진출과 함께 한국 시장에 어떻게 적응하고 고객들의 소비 성향이나 니즈를 파악하는 대신 이케아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살면서 된장찌개 한번 먹지 않고, 한국어 인사도 한번 배워보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런 자세로 한국시장에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앞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철수한 바 있는 까르푸, 월마트 등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들이 정말 한국시장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기자들과 처음 만났을 때 '헤이'라고 하기보다 '안녕하세요'라며 어설픈 한국어 인사를 건네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또 한국 직원들을 뽑아서 굳이 서양식의 언어 및 행동 방식을 교육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국 시장에서 유독 벤츠보다 잘 나가는 BMW도 결국 성공 비결은 '한국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이케아를 통하지 않더라도 스웨덴 문화를 알고 싶으면 비행기타고 날아가 직접 접해보면 된다. 이케아가 한국에까지 와서 여러 가구업체들을 위기에 빠뜨리며 스웨덴 문화를 전파할 이유는 없다.

이케아의 성공 관건은 얼마나 저렴하게 판매하는가에 있는 것이 아닌 '한국화'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시장에 대한 좀 더 현지화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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