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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봉인?’ 윤석민…불가피한 첫해 올인


입력 2014.03.21 11:28 수정 2014.03.21 18:0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시즌 초중반 메이저리그 콜업돼 기회 얻을 듯

부진에 빠진다면 아예 거부권 행사 못할 수 있어

쇼월터 감독은 기회를 많이 주는 성향이 아니다. ⓒ 연합뉴스

시범경기 2경기를 소화한 윤석민(28·볼티모어)이 마이너리그서 시즌 개막을 맞는다.

윤석민은 2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시범경기서 2-6 뒤진 5회 등판해 홈런 1개 포함, 2이닝 동안 1실점했다.

경기 후 구단은 윤석민에게 즉각 마이너행을 통보했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윤석민 역시 “충분히 예상했다. 이것이 내 현주소”라고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실제로 윤석민은 계약이 늦어지는 바람에 취업 비자 발급마저 지연됐고, 이로 인해 훈련양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직구 최고 구속도 한국에서도 다소 떨어진 시속 140km대 중반에 그쳤다. 앞으로 윤석민은 트리플A서 컨디션을 가다듬은 뒤 시즌 중 메이저리그 진입을 노려야 한다.

윤석민은 볼티모어와 3년간 보장연봉 557만 5000달러(약 59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750만 달러(약 80억원)의 옵션을 매겨 활약 여부에 따라 연평균 받게 될 금액은 약 400만 달러 이상 치솟을 수 있다. 또한 내년부터는 마이너리그행 거부권까지 얻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 시즌을 적응기간으로 삼고 다소 여유를 가져도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즉, 윤석민의 진정한 메이저리그 시즌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내년이라는 것.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윤석민이 올 시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거부권 자체가 봉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수많은 유망주 또는 프로 경력을 지닌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 스즈키 이치로, 박찬호, 노모 히데오처럼 크게 성공한 선수가 있는 반면, 빅리그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사라져간 선수들도 있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 메이저리그다.

이들이 잔류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역시나 기량이다. 그것도 나이 어린 유망주가 아닌 이상 입단 첫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향후 행보를 판가름할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이는 선수 영입 당시 몸값이나 계약조건과는 무관한 사항이다.

가장 좋은 예가 일본인 투수 이가와 게이와 마쓰자카 다이스케다.

일본 특급 투수였던 이가와는 2006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양키스는 무려 2600만 194달러(약 283억 원)의 포스팅 비용과 계약 총액 2000만 달러(5년)를 투자했다. 당시 금액은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던 마쓰자카(5110만달러)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포스팅 액수였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이가와는 데뷔 첫 해 14경기에 나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6.25로 부진, 이듬해부터 양키스 전력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이후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 마이너리그를 전전했고, 끝내 제 기량을 찾지 못한 채 지난 2012년 일본으로 돌아왔다. 첫해 성적이 중요한 이유다.

마쓰자카의 경우 이가와 달리 마이너 거부권을 옵션에 포함시켰다. 마쓰자카는 1~2년 차 크게 활약했지만 3년 차부터 큰 부진에 빠졌고, 부상 등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늘 포함됐다. 큰 돈을 들인 보스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일 수밖에 없었다.

윤석민의 계약은 구단에 크게 유리한 조건이다. ⓒ 데일리안 스포츠

물론 윤석민은 마쓰자카와 상황이 크게 다르다. 볼티모어 역시 내년 시즌부터 윤석민이 원치 않는다면 마이너리그행을 통보할 수 없다. 그러나 마쓰자카와 윤석민의 결정적 차이는 몸값이다.

보스턴은 마쓰자카에게 포스팅비 포함 약 1억 달러를 퍼부었다. 계약기간이 5년이라 연평균 2000만 달러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반면, FA로 포스팅비가 들지 않았던 윤석민은 연평균 185만 달러 밖에 들지 않는 저연봉 선수다. 만약 부진에 빠진 윤석민이 마이너행을 거부한다면, 그대로 웨이버 공시를 통해 방출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볼티모어는 윤석민에게 보장연봉을 훨씬 뛰어넘는 옵션을 매김으로써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윤석민은 팀 사정에 따라 시즌 초, 중반 메이저리그 진입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번 눈 밖에 난 선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벅 쇼월터 감독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자신에게 주어진 첫 번째 기회를 꽉 움켜쥐어야 하는 윤석민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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