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종규, 세리머니 패러디 낭패 ‘요령 부족’
같은 세리머니 다른 판정 ‘눈길’
고의적 상대자극? 미묘한 줄타기
세리머니 통한 기 싸움도 요령이 필요하다.
울산 모비스가 8일 울산 동천체육관서 열린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창원 LG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66-65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모비스는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 2년 연속 우승의 문턱까지 다가섰다.
뜻밖의 ‘세리머니 해프닝’이 벌어졌다. 4쿼터 초반 모비스가 56-52로 앞선 상황에서 LG 김종규(23)가 모비스 로드 벤슨(30)을 앞에 두고 과감한 드리블 돌파에 이은 왼손 원핸드 덩크슛을 작렬했다. 올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손에 꼽힐만한 명장면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 벌어졌다. 김종규는 덩크슛을 성공시킨 후 오른손을 들어 경례를 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는 로드 벤슨의 전매특허다. 벤슨은 슬램덩크를 성공시킨 후 카메라나 팬들을 향해 자주 이런 세리머니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4차전에서 김종규는 벤슨에게 진 빚이 있었다. 벤슨은 김종규의 블록을 피해 투핸드 덩크슛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김종규 앞에서 트레이드마크인 경례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김종규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음 경기에서 똑같은 상황이 되자 같은 세리머니로 되갚아주며 기 싸움을 펼친 것이었다.
하지만 세리머니의 결과는 전혀 달랐다. 별 문제 없이 넘어간 4차전의 벤슨과 달리, 5차전의 김종규는 심판으로부터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 받았다. 불필요하게 상대 선수를 자극해 도발했다는 이유였다. 김종규는 펄쩍 뛰며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같은 세리머니를 했는데 왜 벤슨은 그냥 넘어가고 김종규는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을까. 모호하지만 미묘한 동작 차이와 심판의 재량 문제였다.
벤슨의 세리머니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선수들에게 팬들에게도 익숙한 동작이었다. 그동안 벤슨의 경례 세리머니가 크게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심판으로서도 갑자기 정규시즌과 다른 잣대로 벤슨의 세리머니를 제재하기는 모호했다.
다만, 4차전 당시 벤슨은 세리머니를 하면서 시선과 동작이 김종규를 향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심판이 보지 못했다고 해도 김종규 입장에서는 충분히 도발로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벤슨이 세리머니 후 백코트하는 과정에서 이를 지켜본 LG 데이본 제퍼슨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나며 팔로 벤슨을 밀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이 역시 휘슬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심판은 별 문제 삼지 않고 지나쳤다.
5차전에서 김종규의 세리머니는 너무 노골적으로 벤슨을 겨냥한 티를 낸 게 탈이었다. 덩크슛 성공이후 바로 백코트하지 않고 등을 돌린 상태였던 벤슨의 앞을 지나치며 일부러 상대가 볼 수 있도록 세리머니를 했다.
그것도 바로 경례로 끝난 것이 아니라 손가락질까지 하며 벤슨을 자극했다. 심판이 이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저지른 행동이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LG로서는 한창 기세를 올릴 수 있는 시점에 테크니컬 파울로 흐름이 끊긴 게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기 싸움도 스포츠의 일부다. 하지만 기 싸움도 심리전이 필요하다. 승리욕은 좋았지만 요령이 부족했던 김종규만 손해를 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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