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에서 수지로' 수아레즈 깎고 빚은 제라드 포용
퍼거슨 "리버풀 수치" 독설 등 온갖 비난 가할 때 보호막 역할
올 시즌 32경기 31골과 이전보다 나아진 인성으로 호평 이끌어
루이스 수아레즈(26·리버풀)는 마치 어린이처럼 천진난만한 면도 있지만 고집불통 기분파 기질도 다분하다.
수아레즈는 지난 시즌 이른바 '핵이빨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다. 첼시전에서 이바노비치 팔을 깨물어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징계위원회를 열고 "120년 EPL 역사상 가장 엽기적인 사건"이라며 수아레즈에게 10경기 출장정지 중징계 철퇴를 가했다.
수아레즈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2년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차별 폭언을 가한 바 있다. 그해 다시 만난 수아레즈는 에브라(피해자)가 내민 용서의 악수마저 거부했다.
당시 맨유 퍼거슨 감독은 “올드 트래포드에서 수아레즈가 보여준 행동은 폭동을 유발할 수도 있었다”며 “수아레즈는 리버풀의 수치"라고 거세게 비난한 바 있다.
퍼거슨 독설 그대로다. 2년 전 수아레즈는 분명 리버풀의 수치였다. 스티븐 제라드(33)가 쌓아올린 리버풀 명성을 수아레즈가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그럼에도 제라드는 수아레즈를 끌어안았다. “알고 보면 착한 친구”라면서 무분별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영국축구기자협회(FWA)가 지난 2009년 만장일치 올해의 선수로 선정한 제라드답다. “신은 그에게 축구 재능에 ‘인품’까지 선물했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악동 수아레즈는 리버풀 캡틴 제라드의 보호 속 급성장했다. 그리고 올 시즌 수아레즈는 철들었다. 큰 구설 없이 32경기 31골을 넣으며 24년 만의 리버풀 리그 우승 꿈을 위해 달려왔다. 잉글랜드축구기자협회는 이런 수아레즈의 공로를 인정해 올해의 선수로 선정했다. 수아레즈는 과반수가 넘는 52%의 득표를 받았다. 2위가 지금의 수아레즈를 빚은 제라드였다.
득점왕이 유력한 수아레즈는 5일(현지시각) EPL 37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원정경기(3-3 무) 직후 제라드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사실상 우승 가능성이 사라지자 수아레즈는 어린아이처럼 꾸밈없이 울었다. 제라드는 수아레즈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고 둘을 향한 방송 카메라를 손으로 가렸다.
수아레즈는 그동안 언행 불일치 말썽꾼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바르셀로나 다니엘 알베스가 바나나 투척 인종차별을 당하자, 트위터를 통해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문 뒤) 나도 남미에서 온 원숭이다”라며 알베스와 한 배를 탔다.
그런가 하면 리버풀의 꿈이자, 제라드 숙원인 EPL 우승이 멀어지자 수아레즈는 제라드에게 미안해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음에도 대성통곡하며 제라드에게 “우승 꿈 이뤄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비록 다 잡은 것 같았던 우승컵이 날아갈 위기에 처했지만, 리버풀에는 어디로 튈지 몰랐던 천방지축 수아레즈가 속 깊은 축구스타로 변모한 의미 있는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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