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승리 놓쳤지만 '에이스의 품격' 지켰다
넥센 상대 6이닝 5피안타 8탈삼진 2실점 호투
홈런왕 박병호 제압..ML 스카우터 앞 존재감 과시
김광현(26·SK 와이번스)이 팀 패배에도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자신을 보러온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앞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김광현은 2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5피안타 8탈삼진 4볼넷 2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불펜이 역전을 허용하며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안정감 있는 호투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홈런왕 박병호와의 정면대결이었다. 올 시즌 27홈런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박병호는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 잡은 넥센 이적 후 김광현을 상대로 타율 0.375(16타수 6안타) 1홈런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모두 주자가 나가있는 상황에서 박병호를 상대해야 했다. 분명 김광현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피하지 않고 오히려 대결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김광현이 박병호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과감한 직구와 바깥쪽 슬라이더를 앞세워 박병호를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말 2사 1·2루에서 3번째 대결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박병호의 장타 하나면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던 김광현은 6구째 박병호의 내야 타구를 유도했으나 1루수 박정권이 잡지 못해 파울로 선언되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왔다.
다잡은 타자를 살려준 상황에 자칫 부담을 느낄 수 있었으나 김광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침착하게 다음 공에서 절묘한 슬라이더로 끝내 박병호의 삼진을 이끌어냈다. 김광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헛스윙을 한 박병호로서도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타고투저의 시대에 모처럼 투수와 타자가 양보 없이 힘의 균형을 이루며 멋진 진검승부를 펼쳤다.
최근 김광현의 위기관리능력과 구위는 물이 올랐다. 시즌 초반에는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고, 강팀과 약팀을 상대로 편차가 큰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5월말을 전후로 빠르게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2008~2010년의 김광현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LG전에서는 올 시즌 토종 투수로는 첫 완투승까지 거두며 기세를 드높였다.
충만한 동기부여도 올 시즌 김광현의 호투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다. 김광현이 올 시즌이 끝나고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과 해외진출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행 타진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최근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 든 김광현은 이변이 없는 한 국가대표팀에 4년 만에 재발탁될 것이 유력하다. 최근 김광현의 피칭을 확인하려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발걸음도 더욱 잦아지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전례 없는 타고투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꾸준히 리그 정상급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김광현의 피칭은 상대적으로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