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덕 "차라리 병사들에게 핸드폰 지급하라"고?
<국방위>"외부와 통신이 항시되고 있으면 누구도 때리지 못해" 주장
“차라리 (병사들이 군대 내 폭행여부) 엄마한테 이를 수 있게 핸드폰을 지급하라.”
선임 병사들에게 잔혹한 집단구타 학대를 받아 사망한 28사단 윤모 일병(23) 사망 사건을 통해 드러난 군 당국의 총체적 부실 실태에 대한 여야 국방위원회 위원들의 십자포화가 4일 쏟아졌다.
국회 국방위는 이날 한민구 국방장관과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등을 출석시켜 긴급 현안질의를 진행한 가운데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윤 일병 사건과 관련, 한 목소리로 군 당국의 각성을 촉구했다.
특히, 여야 의원들은 그동안 군 당국이 부대 내 수차례 이 같은 폭행, 사망 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되풀이되는 안일한 대처 행태를 강도 높게 질타하며 근본적인 사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군 병사들에게 부대 내 자행되는 문제점을 외부에 제 때 알릴 수 있도록 ‘휴대폰을 지급하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윤 일병 사망 직후 보도자료에는 ‘평화로운 병영에서 음식물을 사다가 숯불통구이 등 9개 품목 사서 일요일 오후에 회식하다 갑자기 일어난 사건’으로 나타났다”며 “지속적인 폭행이 있었는데 이는 명백히 축소, 은폐를 위한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고 한 장관을 쏘아붙였다.
윤 의원은 또 “이번 사건은 민주화운동 과정 중에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한 박종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며 “책임있는 군 지휘부라면 마땅히 사건 확인된(보고받은)후 일정 시점에서 국민에게 알리고 군 내부 경각심을 줘야했다. 이는 상당기간을 사건 은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사실상 당시 선임들은 윤 일병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한달 내내 하루 24시간 두드려 때리고 잠도 못자고, 면회도 못하게 했다”며 “그동안 군 당국은 군 내부에서 폐쇄적으로 대책을 세운 탓이다. 실제로 같은 장관과 참모총장 밑에서 지난 6월22일 부대 내 총기사고 또 났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윤 의원은 “차라리 병사들이 엄마한테라도 (폭행을 당할 시) 이를 수 있게 휴대전화라도 지급해야 한다”며 “실제로 학생들도 휴대전화 소지하면서 학교 폭력이 많이 줄었고, 미군도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외부와 통신이 항시 되고 있으면 누구도 때리지 못한다”는 등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소지하도록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권 참모총장은 “그 부분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군 당국 “윤 일병 사건, 책임 통감한다”
이 밖에도 이날 여야 의원들은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연대장 외에도 그 상위 책임자까지 확실히 처벌받도록 조치가 필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과 진단을 내놓으려는 노력이 대단히 미흡하며 가슴에 와 닿는 게 없다”며 “군내에 장군단이 직책을 맡으면 대과없이 지나가겠다는 보신주의에 파묻혀 있는데 잘못하면 군대 망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손인춘 의원도 “내가 30년 전에 군 생활을 할 때도 이러한 일이 없었는데 도대체 군이 어디까지 곪아 터졌는지 알 수가 없다”며 “계속 정신 못 차리고 대안이라고 갖고 나온 장관, 참모총장에 대해 국민이 옷을 벗으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새정연 의원 역시 “수뇌부가 책임진다는 자세 없이 근절되겠나. 문책이 이뤄진 연대장도 행정적인 징계 정도”라며 “군내 폭행, 가혹행위 등은 불시점검하도록 하게 돼있다.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지휘관들은 직무유기다. 사법적인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 역시 “16명 간부를 징계했는데 행정적 징계에 불과하다. 폭행이 대물림된 것은 명백한 부대관리 실패”라며 “지휘관이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행정적 징계로 그칠 게 아니라 사법조치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에 한 장관은 “장병의 인격이 존중되는 인권의 모범지대가 되도록 병영문화를 쇄신해 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병영문화 개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지난 2일 수뇌부 회의를 열어 전군 특별 부대 정밀진단을 실시했다”면서 “연말가지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를 운용해 전군 차원의 개선책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또 “군 기강과 안전은 병립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군대가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인권 모범지대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참모총장도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소재 여부와 관련,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직까지 사의를 포명한 것은 아니지만 책임 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