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 집 나간 ‘승리 DNA’ 이식할까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9.09 09:44  수정 2014.09.09 21:49

"팀 상황 맞게 최대의 결과 뽑아내는 것이 역할"

긴 계약기간 보장하며 한국 축구 가야할 길 제시

앞으로 4년간 한국 축구를 이끌게 될 슈틸리케 감독. ⓒ 연합뉴스

최근 한국 축구는 패배의식에 젖어있었다. 단조로운 포메이션과 유기적이지 못한 전략과 전술, 특히 선수 선발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마다 홍명보 전 감독은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결과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굴욕적 실패였다. 홍 전 감독의 자질 부족도 문제였지만 그를 믿고 기용한 축구협회도 책임을 피할 길이 없었다. 한국 축구에 만연한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팬들 앞에 고개 숙인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체제가 막을 내리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기술위원회도 이용수 위원장 선임을 시작으로 새롭게 재편했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령탑 물색에 신중을 기했다. 그리고 지휘봉을 잡게 된 이가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59) 감독이다.

무척 생소한 이름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외국인 사령탑들이 한국 대표팀을 거쳤다. 이들은 우승 또는 명문구단을 지휘한 뚜렷한 감독 경력을 지니고 있었다. 반면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 시절 독일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서 성공가도를 달린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이력이 보이지 않는다.

많은 우려의 시선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특히 기술위원회는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되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슈틸리케 감독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관람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좋은 팀과 함께하면 성공하기가 쉽다. 문제는 어떻게 좋은 팀을 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한 팀에서 낸 결과만으로 감독을 평가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그 팀의 상황에서 최대의 결과를 뽑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라고 역설했다.

독일인다운 신중함도 엿보였다. 그는 “닫힌 문이 있으면 그 집에 들어갈 수 없다. 한국에 어떤 전통, 문화, 정신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게 향후 몇 개월간 제가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다.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독일 축구가 정답은 아니다. 독일과 한국의 좋은 점을 찾아 고민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과의 계약기간은 4년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비교적 긴 시간을 보장받은 셈이다. 그는 축구협회의 요구대로 A대표팀 외에 미래 한국 축구가 걸어가야 할 길도 제시해야 한다. 국내 리그는 물론 유스팀까지 살펴보면서 진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대표 감독의 특성상 사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가 이뤄야할 첫 번째 과제는 역시나 A대표팀의 괄목할 성적이기 때문이다.

축구대표팀은 다음 달 북중미 강호 파라과이,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슈틸리케 체제가 첫 선을 보이게 될 무대다. 평가전 결과는 평가전에 그칠 예정이지만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릴 아시안컵은 성격이 다르다.

한국은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 자처하면서도 1960년 이후 54년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라이벌 일본은 최근 6개 대회에서 벌써 네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기대치는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잃어버린 ‘승리 DNA’가 절실한 한국 축구다. 지난 1년간 한국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이다 위상이 곤두박질쳤다. 2007년 물러난 핌 베어벡 감독 이후 7년 만에 모처럼 맞이한 외국인 감독이 ‘제2의 히딩크’가 아닌 슈틸리케라는 이름으로 한국 축구에 성공을 안겨다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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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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