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은 10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5.1이닝 11피안타 3볼넷 1사구 2탈삼진 9실점(9자책)으로 부진했다.
9실점은 지난 6월26일 KIA전 5이닝 8실점(6자책점)을 넘는 올 시즌 최다실점. 경기 전까지 후반기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하며 강력한 투구를 선보였지만, 이날은 초반부터 제구력이 눈에 띄게 흔들리며 난타 당했다. 피안타가 두 자릿수를 넘겼고, 절반 이상(6개)이 장타일 만큼 김광현의 구위는 정상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이날 부진으로 평균자책점이 2.97에서 단숨에 3.39까지 껑충 뛰어올랐다는 점이다. 김광현은 경기 전까지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였다.
‘타고투저’ 열풍이 지배하고 있는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이라는 희소성은 에이스의 자존심과도 같은 기록이다. 하지만 롯데전에서의 부진으로 한 시즌을 공들여 지켜온 기록이 물거품이 될 상황에 놓였다.
김광현은 롯데전 부진에도 여전히 평균자책점 1위는 지키고 있지만, 삼성 밴덴헐크(3.41)와의 격차가 눈에 띄게 좁혀지며 타이틀 수성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넥센 밴 해켄(3.61), NC 찰리(3.75), KIA 양현종(3.82) 등도 뒤를 잇고 있다. 남은 경기수와 등판일정을 감안했을 때, 2점대 평균자책점을 회복하는 투수가 나오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역대 프로야구 사상 평균자책점 1위 가운데 3점대 투수는 2003년 바워스(현대)가 유일했다. 바워스는 24경기에서 143.2이닝을 던지면서 3.0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아쉽게 2점대 진입에는 실패했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올 시즌 역대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 1위라는 씁쓸한 기록이 탄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갈 길 바쁜 SK로서도 에이스의 부진은 치명타다. 하루 전까지 4위 LG를 반게임차 압박하며 4강 탈환에 대한 기대를 부풀렸던 SK는 믿었던 에이스 김광현이 최악의 부진 속에서 무너지면서 연승행진이 끊겼다. 컨디션이 눈에 띄게 좋지 않았던 김광현을 조기에 과감하게 내리지 못한 벤치의 판단착오가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온 셈이다.
LG는 같은 날 KIA를 12-6으로 제압하며 SK와의 승차를 1.5게임으로 벌렸다. 에이스의 사기저하와 마운드 과부하라는 부담을 안게 된 SK가 다시 4강진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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