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5경기를 치러야 하지만, 대표팀에 의미가 있는 경기는 사실상 준결승전과 결승전이다. ⓒ 연합뉴스
45억 아시아인의 축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19일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서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16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한국 국민들은 안방에서 펼쳐지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종목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언뜻 ‘마린보이’ 박태환이 3관왕-3연패에 도전하는 수영, 손연재가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리듬체조, 세계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양궁 등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예상과는 약간 다르게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양일에 걸쳐 전국 성인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아시안게임 관심 종목을 묻는 설문조사(일반전화 RDD방식, 응답률을 6.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2%p)를 실시한 결과 30.1%가 ‘축구’를 손꼽아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리고 야구(17.0%), 수영(13.5%), 양궁(10.3%), 리듬체조(9.5%)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축구는 50대(37.4%), 야구는 30대(25.3%), 양궁은 60대 이상(11.7%), 리듬체조는 20대(10.9%)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연령별 분포에서 드러나듯,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령대면서 스포츠 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대라고 할 수 있는 30대에서 야구를 가장 관심 있는 종목으로 꼽은 것은 야구가 축구에 비해 전체적인 관심도 면에서 뒤지지만 실질적인 관심도 면에서 축구에 결코 뒤지지 않는 위상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이날 개막식에서 성화 점화를 위해 가장 먼저 성화봉을 들고 주경기장에 입장한 주인공이 축구선수가 아닌 야구선수 ‘국민타자’ 이승엽이었다는 점이나 개막식이 진행되는 도중 개회식 실황을 중계하던 방송사의 실시간 설문 조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선수 중 한 명이 야구 대표팀 리더 박병호였다는 점에서도 야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위상은 단적으로 묻어났다.
야구대표팀이 이 같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길은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일정까지 중단하고 ‘드림팀’이라고 불리는 최정예 멤버로 대표팀을 구성한 것도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스스로 국제대회 성적이 리그 흥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특히, 안방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대표팀이 경기장에 운집한 수많은 국내 야구팬들 앞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낸다면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끝난 이후 ‘가을야구’ 흥행은 보장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현재 야구대표팀에 포함된 13명의 병역 미필 선수가 병역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 몇몇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 스카우터들에게 눈도장을 받는 것이 선수들 개인에게 돌아가는 달콤한 열매라면, 가을야구의 대박 흥행은 한국 프로야구 전체가 아시안게임 제패로 얻을 수 있는 단체 선물이다.
대표팀은 대만, 태국, 홍콩 등과 함께 B조에 포함됐다. A조에는 일본, 중국, 몽골, 파키스탄이 포함됐다. 각 조 1,2위팀이 크로스 토너먼트를 통해 결승 진출 팀을 가린다. 대표팀은 22일 태국전을 시작으로 24일 대만전, 25일 홍콩전을 치른다. 준결승은 27일, 결승전은 28일이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5경기를 치러야 하지만, 대표팀에 의미가 있는 경기는 사실상 준결승전과 결승전이라 할 수 있다. 대표팀은 일단 '복병' 대만을 잡고 조 1위를 확보해야 B조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일본을 피해 비교적 쉬운 상대와 준결승을 치를 수 있다. 대표팀으로서는 같은 조의 대만을 잡고 조 1위로 4강에 오른 것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아시안게임 2연패 달성의 1차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일단 환경적 부분에서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을 수 있고, 무엇보다 경기장이 1년 내내 프로야구 경기를 치르는 인천 문학구장, 목동구장 등이기 때문에 그라운드 적응도 따로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한국과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치게 될 대만과 일본의 전력 역시 일단 프로 최정예 멤버들로 구성된 우리 대표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만의 경우 아시안게임과 관계없이 국내 리그의 진행을 이유로 자국 리그 프로 선수들이 5명만이 출전했다. 대신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10명이나 포함돼 만만치 않은 전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리그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트리플A급 수준의 투수들을 상대로 고감도 타격을 펼치는 대표팀 타선을 감안할 때 큰 장애물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
일본 대표팀도 이번 대회에 프로팀에서 선발된 정예멤버가 아닌 실업야구에 해당하는 사회인 야구팀 선발 선수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어 오히려 대만보다도 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국 야구의 아시안게임 2연패 전망은 상당히 밝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역으로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 병역 미필 선수가 13명이나 있는 마당에 선수단 내부적으로 방심을 걱정해야 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당연히 우승’이라는 주변의 기대 어린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할 경우 자칫 최근 대표팀이 겪은 불운이 튀어나올 위험은 충분하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현실이 된 ‘도하의 악몽’이 재현되지 말란 법도 없다.
류중일 감독 역시 최근 2년간 삼성 라이온스의 감독으로 아시아시리즈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대만에게 쓰라린 기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어떤 특별한 전술을 구상하기 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선수단을 운영하는 한편, 최대한 부담을 줄이는 멘탈 매니지먼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야구대표팀에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조국의 야구팬들에게 야구 국가대표팀간 대항전에서 우승,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광인 기회다. 하지만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다면 선수 각자 야구 인생에 최악의 오점을 남기게 되는 무대가 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금메달을 놓고 펼치는 ‘벼랑 끝 성전’이 바로 이번 아시안게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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