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서태지가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로 5년만에 컴백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내가 1990년대처럼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내 팬들도 나이가 들어가고, 주류가 등장하면 우리가 밀려나는 느낌은 다들 갖고 있다. 어느 정도 그런 것들은 받아들이고자 한다. 대신 더 소중한 추억은 우리에게 남아있다(앨범 발표 기자회견에서).”
그래도 서.태,지 아닌가. 긴 공백기 속에서도 수년 간 '문화대통령'으로 군림한 서태지가 5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이번엔 신비주의까지 벗어던지고 나선 파격 행보를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다.
물론 음원차트 순위나 콘서트 관객 동원 수가 뮤지션을 평가내릴 수는 없지만 ‘서.태.지’이기 때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18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 발매 기념 콘서트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이 2만5천 팬들과 함께 성대하게 치러진 가운데서도 갑론을박 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조용필 이문세 등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관객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면 5년 공백이나 그동안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은 점들을 꼽으며 다소 만족스러운 관객동원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몇 명 동원’ ‘만석’ 등이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다만 이번 공연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냐. 더 나아가 서태지의 컴백과 동시에 그의 첫 무대를 기대하는 팬들이 얼마만큼 되느냐 하는 부분이 관건이었고 그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물론 수치나 숫자로 그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매몰차다. 그래도 1990년대 당시 실험적인 음악으로 대중음악계 한 획을 그었다는 점에서 이견을 내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긴 공백은 기존 팬층의 이탈과 함께 40대에 접어든 서태지를 향한 10대 팬들의 부재, 그리고 다소 대중적이 아닌 마니아 층을 겨냥한 음악을 선보였던 부분 등이 과거보다 못한(?) 인기를 얻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이번 앨범에 대해 서태지는 “기존의 앨범에 비해 보다 대중적인 앨범으로 팬들에게 다가가고자 준비했다(20일 기자회견)”고 연신 차별화를 언급했다. 그러나 음원차트 내에서 서태지의 신곡은 찾아보기 힘들다.
악동뮤지션이나 김동률, 비스트의 신곡 등에 밀려 음원 차트에서 이렇다할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서태지를 향한 대중의 냉혹한 평가일 수도 있다. 여성에 비해 남성 팬들의 증가와 10대 팬들의 부재로 인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분명 서태지가 풀어야할 숙제인 셈이다.
서태지는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음원 성적은 저조하다. 그러나 아이유 덕분에 '소격동'도 롱런하고 있고 10대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면서 “음악이라는 걸 성적이란 걸로 구분하는 것보다 개개인이 들었을 때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성적이 아닌 음악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길. 갑론을박 역시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 아니겠나”라고 피력했다.
가수 서태지가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로 5년만에 컴백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물론 본인의 말대로, 음악적 완성도를 누구누구의 잣대나 성적표, 음악프로그램 1위 여부 등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비주의를 벗고 예능 출연까지 감행하는 그의 ‘파격’ 행보에 비추어 보면 본업인 가수로서 음악 보다 다분히 그의 브라운관 출연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부분은 분명 아쉬운 대목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서태지인데...”라는 아쉬움 어린 평들이 이어지는 이유다. 언제까지 ‘하여가’ ‘컴백홈’의 서태지로 남을 수는 없다. 팬들은 성장해 가고 세대교체 속 서태지에 대한 인지도는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저 앨범만 발표하고 ‘문화대통령’으로만 군림하고 싶다면 할 수 없겠지만 보다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분명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오랜기간 문화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는 서태지는 본인 역시 그 타이틀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문화대통령 수식어는)과분하고 족쇄같은, 양면성이 있는 수식어다. 어떻게 하다보니 내가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모양새가 됐다. 독재자 같은 느낌이다. 누군가 빨리 가져갔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싶다”고 고백했다.
“서태지의 시대는 1990년대에 끝났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2000년대에 컴백은 했지만 마니아적인 음악이었기 때문에 대중을 버린 셈이 됐고 팬들에게 미안한 점이다.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음악을 통해 교류할 수 있었다면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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