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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경영정상화, 골든타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입력 2014.11.17 09:59 수정 2014.11.17 10:04        이충재 기자

<기자의 눈>KB금융 내부에선 "이사진 물러나야 영업력 회복 가능"

경제부 이충재 기자
오는 21일 취임을 앞두고 있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중차대한 역할을 해야 하는 동시에 비은행계열 수익 다변화를 위해 추진 중인 LIG손해보험 인수가 가로막혀 진퇴양난에 빠졌다.

LIG손해보험 인수 지연으로 인해 이자는 하루에 1억원씩 불어나고 있는데,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KB금융 조직안정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윤 내정자에게 가장 무거운 짐이다.

금융위원회를 방문한 뒤 윤 내정자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금융위는 최근 윤 내정자에게 LIG손보 인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했다. LIG손보 인수 승인을 받기 위해선 KB금융 사외이사 사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금융위의 압박이다.

고스란히 시선은 KB금융 사외이사들에게 쏠렸다. KB사태를 진화하기는 커녕 뒷짐을 지고 방관했던 사외이사들이 왜 책임을 지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느냐는 날선 눈빛이다. 이미 금융권은 사외이사들의 임무가 새 회장을 추대하는 것으로 끝났다며 한시름놨다.

그동안 KB사태의 책임을 진 사외이사들의 명패를 빼지 않은 것은 ‘KB회장 확정→이사회 자진사퇴’를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지난 12일 임시 이사회에서도 거취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당장 KB금융 내에서는 "이사들은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라는 푸념 섞인 반응이 나온다. 1년 넘게 여진이 계속되는 KB사태에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일단락'될 줄 알았던 사태가 사외이사 거취문제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지난달 22일 서울 명동 KB금융 본점에서 회장추진위원회와의 심층면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선 윗사람들의 아집때문에 영업력 회복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흙탕물이 된 윗 물이 맑지 않은데 고객들의 신뢰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평판 리스크에 구멍이 난 셈이다.

서울 한 영업점 관계자는 "KB사태와 관련된 기사를 이젠 그만 봤으면 한다"며 "윤 회장이 확실하고 깔끔하게 정리했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력 회복을 위해선 이사진들이 물러나야 한다"며 "KB가 새롭게 태어났다는 인식 없이는 영업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KB 이사회라면 KB를 위해서 백의종군해야 한다. 사외이사들이 금융당국의 눈치가 아닌 KB금융 내부의 여론부터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를 뒤로한 채 남의 일처럼 치부해버린 채 전형적인 모르쇠 전략, 정치권의 후진적인 버티기를 연상케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정치적 계산이 상식을 넘어 활개를 치면,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굴욕적인 평가와 '금융 후진국'이라는 지적을 받고도 할 말이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바뀌어야 산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산다. 사외이사들에 막힌 물꼬를 터야 KB가 살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금융당국도 KB 지배구조를 위한 교통정리 과정에서 '관치금융'이라는 오해를 심어줘선 안된다. 금융당국의 노골적인 사퇴압박 역시 사외이사들에게 '관치금융'이라는 버티기의 명분일 뿐이다. 당국은 LIG손보 인수 승인 건과 KB금융의 지배구조를 연계해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압박해 왔고, 이는 '또 다른 관치'로 해석됐다. "당국도 책임지지 않는데 이사회가 왜 책임을 지느냐"는 반문이 낳게 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윤 내정자의 공식 취임 이전에 사외이사들이 거취 문제를 확정해야 윤종규 체제가 연착륙 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KB금융이 다시 '리딩뱅크'로 서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도 '압박에 의한 사퇴'가 아닌 'KB금융을 위한 용단'이 되도록 사외이사들에게 뒷문을 열어둬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골든타임은 그 누구라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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