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로 다스려" 본색 드러낸 북, 대화여지 왜 남기나
전문가들 "대남 심리전 선동에 불과…대화 의지 안보여"
북한이 새해 첫날 이후 계속해서 남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25일 북한 국방위원회 직속 기관인 정찰총국 정책국이 ‘단호한 징벌로 다스릴 것’이라며 우리 정부에 위협을 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의 대남공세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소 자극적인 내용의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우리 정부 측의 입장 변화를 유도해내고 동시에 남북 대화 재개 움직임에 대한 주도권을 쥐기 위함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의 인권단체가 국내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동참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각) ‘북한 붕괴’를 거론하는 등 대북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도 북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더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오는 3월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북한이 강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표하면서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2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단호한 징벌을 언급한 데는 무엇보다도 최근 탈북자 전단 살포에 미국 단체가 참여하면서 반발심이 상당히 작용하게 된 것 같다”며 “이 같은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그러한 표현을 쓴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연구위원은 “또한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강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이 우리나라와 군사 훈련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발로 이같은 성명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이번 성명을 통해 볼 때 북한이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자체가 애초에 대화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도 훈련 당시에 대화가 중단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훈련 기간에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다 훈련이 끝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유화국면으로 돌아선다.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 남북관계 경색은 불가피하고 훈련이 끝난 뒤에야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성명의 내용은 굉장히 상투적”이라며 “우리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한 대남 심리전 차원의 선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단호한 징벌’이라는 강경한 어조로 우리 정부를 비난한 데에는 국민에게 전쟁공포를 심어줘 불필요한 남남갈등을 유도하고 우리 사회를 교란하기 위한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정부당국은 이러한 선동을 예의주시하면서 북한의 군사 동향을 파악하고 군사 안보태세를 확립해야하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이를 무시해야 한다”며 “특히 국내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하는 것은 좋지 북한 대남 심리전의 매개체가 될 수 있으니 적절한 수준에서 보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대화의 여지를 계속 남겨두고 있다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는 “북한이 신년사에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했지만 계속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라거나 5·24조치를 해제하라는 등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을 보면 대화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부터 의지가 없는 북한이 자꾸 조건을 내걸고 대화하자고 하는 상황인데 우리 정부가 남북 대화에 너무 연연하다보면 계속 (북한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위원회 직속기관인 정찰총국 정책국은 성명서를 통해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남북관계에서의 대전환과 대변혁을 가져오기 위한 역사적 제안들에 대해 남한 당국이 계속 도전할 경우 단호한 징벌로 다스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정책국은 “남조선당국은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에 대해 요란하게 떠들어대고 있다”면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강행 △대북전단 살포 묵인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 지지 등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해 “실천행동이 너무나도 판판 다르게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26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거듭 촉구하며 우리 정부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노동신문은 ‘불신과 대립, 긴장격화의 불씨’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키리졸브와 독수리 연습 등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하며 “이를 또 다시 강행한다면 남북관계가 최악의 파국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대화와 진정성에 대해 오란스럽게 광고하는 남조선당국의 처사”라며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가, 아니면 개선의 궤도 우에 올라서는가 하는 매우 중대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북한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중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남북 관계 개선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우리 정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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