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 맞고도 울며 앉아있는 속기사부터 의장 발언 보좌하는 의사국장까지
국회의사당은 대한민국 입법의 중심지다. 그 중에서도 본회의장은 하나의 법안이 탄생되는 마지막 과정인 ‘표결’이 이뤄지는 곳이다. 본회의장의 주 활동인사는 국회의원이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시설의 지원과 숨은 인력들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데일리안’은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조연’들에게 조명을 비추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날치기 법안 통과 땐 얼굴도 모른 채 머리채를 잡히고, 몸싸움하는 의원들 사이에 끼어 내동댕이 쳐지기도 한다. 의장석으로 날아든 최루탄 때문에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망부석처럼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가 하면, 듣기만해도 화가 나는 고성과 막말을 한 자라도 놓칠까 모조리 받아적는다.
의사국 산하 의정기록과에 소속된 속기사들의 일은 이뿐이 아니다. 본회의장에서의 몸싸움을 금지시킨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무력으로 입법 강행 처리를 하는 일이 다반사인 만큼, 일부 의원들이 본회의장 출입구를 봉쇄하거나 상임위원회 회의장 문을 막아서면, 이들은 몇 시간 동안 화장실을 참는 고역을 견뎌야 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안이 한 건 통과될 때, 국민들이 TV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는 사람은 국회의장과 300명의 국회의원, 즉 301명이 전부다.
하지만 한 건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회의가 길어질 경우, 상당수 의원들은 지역 일정 등을 이유로 표결만 참석하고 자리를 뜬다. 개회 시 성원만 되면, 이후에는 개인 일정을 들어 퇴장해도 회의 진행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이들’이 없이는 본회의장에서 세세한 것 하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실제 속기사들의 경우, 의장이나 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의사봉을 세번 두드리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한다. 총 128명 중 속기 실무를 담당하는 이는 약 80명, 나머지 인원은 검토 및 편집에 투입된다. 속기록은 정확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일단 회의장에서 기록된 원본을 총 3단계에 걸쳐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들의 손을 거친 후에 비로소 본회의 회의록을 비롯해 각종 인사청문회나 법안과 관련한 상임위 전체회의 기록 등 의원들이 입으로 뱉은 모든 말을 들춰볼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20년 경력의 ‘배테랑’ 속기 실무사는 “어쨌든 산회 선포 전까지는 모든 걸 적어야한다”며 “이것도 또 하나의 영상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최대한 말한대로 똑같이 나간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국회?' 본회의장을 똑똑하게, '입법정보화담당관'
속기사가 ‘읽는 영상’을 제작한다면, ‘보는 영상’은 기획조정실 내 입법정보화담당관의 몫이다. 1명의 담당관을 중심으로 실무를 보는 20명의 주무관으로 구성된 이들은 ‘디지털 국회’ 시스템을 총괄한다.
본회의장 앞에 붙은 대형스크린에 표결 결과를 띄우는 것부터 본회의 영상을 국회 홈페이지에 연결한다. 또 스마트폰을 통해 본회의와 상임위 현장을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국회의사중계’ 어플을 관리하는 것 역시 이들의 역할이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본회의 표결 시, 의원들 좌석마다 한 대씩 놓인 컴퓨터 시스템을 만들고 작동케 하는 일이다. 컴퓨터 다루기에 익숙지 않은 고령의 의원들이 많은 데다 표결 자체도 찬성 또는 반대를 선택하는 단순 방식인 만큼, 터치만 하면 쉽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간략한 시스템을 제작했다.
속기사와는 업무 영역이 다르지만, 확실한 공통점도 있다. 본회의장 의석이 텅텅 비고 의원 단 한명이 남더라도 ‘산회 선포’ 전까지는 무조건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본회의장을 가동하는 엔진, ‘의사과’
3개 부서, 총 28명으로 이뤄진 의사국 산하의 의사과는 모든 회의 진행을 총괄하는 부서다. 의사일정을 잡는 것부터 회의 도중 의장의 말 한마디, 그리고 회의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사과 직원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국회 홈페이지나 국회의안중계 어플에서 제공하는 영상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본회의장 앞쪽에 자리한 의장석과 300개의 의원석만을 비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화면 밖에는 의장을 도와 회의를 이끌어나가는 7명의 숨은 일꾼이 있다.
일단 본회의장 입구를 등지고 섰을 때, 의장석 왼편에는 국회 사무총장과 상황에 따라 의사과직원 1~2명이 착석한다. 또한 의장석 오른편으로는 의사국장이, 그 옆에는 의사과장과 의사과직원 2명이 자리한다. 의장을 중심으로 보통 오른편에는 의사국장까지 총 4명이, 왼편에는 사무총장까지 3명이 앉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무총장의 경우, 본회의 중 교섭단체 측의 특별한 요청이 들어오는 등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장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하는 조력자다. 특히 여야 간 갈등이 발생해 정치적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사무총장은 의장의 판단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한다. 아울러 국회사무처 수장으로서 사무처 차원에서 의원들에게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총괄한다.
의사국장은 의장의 개회선언과 산회선포까지 실제적인 회의 진행 순서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회의가 시작되면 “의사국장으로부터 보고가 있겠습니다”라는 의장의 말과 함께 의사국장이 단상에 오른다. 여기에 표결 전 토론이나 발언신청이 들어오면, 국회법 및 국회선례에 따라 의장이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를 제시하고 돕는 역할도 한다. 본회의 중 의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의사국장의 조언을 거쳐 나온다 해도 무방한 이유다.
본회의장의 소프트웨어 ‘의안과’, 질서유지 '경호과'
소속 직원 스스로 “그야말로 본회의의 처음과 끝”이라고 자평하는 부서도 빼놓을 수 없다. 국회 본연의 임무인 '입법'을 담당하는 의사국 산하 의안과다.
일단 △의원이 발의하거나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접수받아 각 상임위에 회부하고 △상임위를 통과한 것을 다시 법사위에 넘기되 △본회의에 최종 상정되기 전 심사보고서를 작성하며 △가결될 경우, 자구 심사 등 의안의 모양새를 정리해 정부에 이송하는 작업이 모두 의안과 소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본회의장 입구에서 관계자 외에는 출입을 금하거나 회의장 내 치안 및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경호기획과도 본회의장의 주요 일꾼이다. 회의장을 관람하는 참관객이건, 취재하는 기자건, 회의에 참석하는 국회의원이건 예외는 없다. 경호과 직원들의 '철통 보안'을 통과해야만 본회의장에 입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호과 측은 “우리의 업무 특성상 보안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구체적인 업무는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의안과 관계자는 “본회의장에서 의사국 직원들의 역할은 정말 다양하고 세세하다. 국회 본연의 임무인 본회의를 실제 진행하고, 또 핵심 중의 핵심인 법안을 접수받고 옮기는 역할도 의사국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장님과 의원들을 하나하나 보좌하고 언제 나가며 들어오느냐는 순서까지 다 맡고 있다"며 "전부 다 소개하기 어려울 만큼 국회 본회의장이 운영되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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