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영상 공개 vs "보고 판단해달라"
"가족 경영 문제…언어 폭력·왕따 당해"
"내가 이렇게 될 때까지 김태우, 당신은 뭘 했습니까?"
소울샵엔터테인먼트(이하 소울샵)와 전속 계약 관련 문제로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수 길건이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태우가 대표로 있는 소울샵 측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길건은 이날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울샵과의 계약 문제를 비롯해 이번 사태에 대한 쟁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먼저 길건은 계약 시점에 대해 "2008년 이후 활동이 없었던 길건은 김태우와의 친분 관계로 소울샵과 계약했다"는 소울샵의 주장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며 "2010년 11월 23일부터 2011년 2월 20일까지 뮤지컬 '웰컴 투 마이 월드'에서 주인공 '여형사' 역으로 50회 뮤지컬 공연을 했고, 이 밖에 음악 활동도 했다. 또 2012년 싱글 앨범 두 장을 낸 뒤 김태우를 만나 소울샵에 들어왔다"고 반박했다.
계약 당시 상황과 관련해 길건은 "내가 전 소속사로부터 당한 억울한 일을 소울샵과 김태우는 이미 알고 있었다"며 "소울샵은 내게 선급금 1200여 만원을 대신 내줄 테니 앨범 제작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으로 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길건은 이어 "그러나 계약서 초안에는 계약과 동시에 3000만원을 지급하되 1000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사항이 있었다"며 "계약과 동시에 채무자로 만든 이상한 구조였다"고 토로했다.
길건은 계약 기간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2013년 7월 9일 소울샵과 계약한 길건의 계약 기간은 '앨범 발매일로부터 3년'이다. 그러나 길건은 소울샵에 있는 동안 앨범을 낸 적 없다. 길건에 따르면 김태우는 2015년 2월 앨범을 내자고 제안했다. 즉, 길건의 계약 기간 3년이 시작도 하지 않은 셈이다.
길건은 "소속사는 2년 동안 날 가뒀다"며 "특히 김태우의 아내인 김애리 씨와 장인 김 모 씨가 경영진으로 오면서 상황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애리 이사로부터 '길건 씨 돈 없어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에요?' 말을 자주 들어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돈을 갚기 위해 '일 좀 달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고 울먹거렸다.
이어 "'뭐든지 시켜달라'고 했지만 김애리 이사는 정산서를 들이밀기만 했다. 소속 가수와 직원들이 다 나가고 나만 남았을 때도 김태우와 가족 경영인들은 내게 돈을 갚으라고만 했다. 김태우에 대한 의리로 남아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김애리 이사는 나를 왕따시켰고, 가족 경영진의 이러한 행태로 인해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정신적 피해가 크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어 나쁜 생각까지 했다. 김태우에게 눈물의 호소도 했지만 김태우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눈물을 흘렸다.
소울샵 측이 매달 300만원을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선 "돈이 아닌 일을 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런 적 없다"면서 "폭언을 한 사실은 있다"고 했다. 10년간 믿은 친구에게 배신당했다는 분노에 순간적으로 그랬다는 길건은 "내가 잘못한 일이다. 하지만 김태우 역시 막말을 했고, 자살 협박도 하지 않았다. 친구로서 살기 위해 도와달라고 호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예인으로서 자질부족이었다, 게을렀다'는 소울샵이 주장 역시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는 "보컬, 언어, 안무 등의 레슨에 최선을 다했다"며 "그러나 경영진 교체 후 레슨은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태우가 날 영입한 목적은 '여자 비'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나도 노출 이미지를 벗고 싶었기에 소속사 측의 의견을 따르고 싶었고, 그에 따른 노력을 했다. 그런데 소울샵은 '내 노출 이미지 때문에 방송을 못 한다'는 이상한 말을 했다"고 토로했다.
뮤지컬 '올슉업' 공개 오디션에서 가수의 자질을 보여주지 못해 소속사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 길건은 "오디션 1~2일 전 소울샵이 악보 1장과 대본 1장을 건넸을 뿐 별다른 준비조차 시켜주지 않았다. 당시 김태우는 내게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고 했을 정도였다. 이는 소속사가 소속 연예인을 관리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게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 영상을 만천하에 공개해 앞으로 이 일을 못하게 만들 수 있느냐?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동물원 원숭이처럼 만든 게 그들이면서 어떻게 그걸 통해서 나를 협박할 수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소울샵은 프로필 촬영에서 의상도 준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난 44 사이즈에 몸을 구겨 넣으면서까지 프로필 촬영을 했다. 겉으로 웃고, 속으로 오열했다. 서럽고 마음 아팠다. 이 문제 역시 매니지먼트로서의 소임에 충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길건은 소속사가 왜 자신에게 일을 주지 않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은 할 만큼 했지만 소속사 측에서 돌아온 대답은 매번 '돈' 얘기와 '나중에 얘기하자'는 똑같은 말이었다는 것.
그는 "'춤이라도 가르치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돈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도 알아봤다. 휴대폰에 아르바이트 관련 앱이 가득하다. 사지 멀쩡한 내가 방바닥만 긁고 있다. 일하고 싶다는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기자회견 도중 소울샵 측이 길건과 김태우의 모습을 담은 CCTV 영상을 공개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길건은 "CCTV가 무슨 무기인 양 들이대는데 무섭지 않다. 욕을 했기 때문에 이미지가 실추될 수도 있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시 김태우 씨에게 '내가 그렇게 될 때까지 너는 뭐 했느냐'고 말했다. 영상을 보고 판단해 달라. 난 녹취록이 있다"고 맞섰다.
길건은 "이번 문제는 연예인 선후배들, 동료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기자회견이 소속사 측으로부터 부당대우를 받고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일부 연예인들을 위한 불공정한 갑을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길건은 "친구인 김태우를 기다렸고, 만나자고 말했는데도 김태우는 나오지 않았다. 김태우가 내게 손을 내밀었을 때 잘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모든 직원이 떠나면서 상황이 안 좋아졌는데도 김태우는 가만히 있었다. 도와달라는 나와 직원들 말을 왜 듣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10년지기 김태우를 믿고 소율샵과 계약했다는 길건은 "김태우 씨 뭐하고 있었습니까?"라는 씁쓸한 말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길건과 소울샵은 최근 인터뷰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설전을 벌이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소울샵 측은 길건에 대해 가처분 이의 신청 및 연예활동금지가처분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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